여성가족부 폐지가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게시한 뒤부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여가부 개편으로 각을 세웠다. 두 후보는 ‘남녀 모두를 위한 공약’이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조사 결과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는 뚜렷했다.
18일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패널 조사 결과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2%, ‘(양)성평등 가족부로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은 49.4%로 나타났다. 개편 여론이 폐지 여론보다 11.2%포인트 높았다. 폐지를 0점, 개편을 10점으로 설정하고 응답 점수를 집계해 0~4점을 폐지, 6~10점을 개편으로 분류한 결과다. 다만 0점을 준 응답자는 23.6%, 10점을 준 응답자는 15.2%로 여가부 개편보다는 폐지를 원하는 응답자에게서 강한 선호도가 관측됐다.
성별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남성 응답자 중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비율은 51.5%로 과반을 차지했다. 여성 응답자 중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25.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반면 여성의 경우 성평등 가족부로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이 59%를 기록했다. 개편에 찬성하는 평균 응답보다 9.6%포인트, 남성 응답자(39.6%)보다 19.4%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대선 주자들이 여가부 존폐 문제로 갈라진 남녀 표심에 진영 논리로 일관할 경우 불필요한 젠더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선 때만 해도 여가부 개편 입장이었던 윤 후보는 페미니스트 인사 영입 등으로 2030 남성 표심을 잃어버리자 노선을 급선회했다. 그는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페미니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을 확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7%포인트다. 패널(1차 패널 조사는 지난해 11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대상 웹 조사 응답률은 94.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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