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안네의 일기’로 독일 나치 치하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가족의 은신처를 알린 밀고자가 또 다른 유대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현지 시간) 미 CBS의 ‘60분(60 minutes)’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 요원 출신 빈센트 팬코크를 포함한 조사팀이 지난 2016년부터 안네 가족의 밀고자를 뒤쫓은 결과 유대인 공증사인 아르놀트 판덴베르허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조사팀은 결정적인 새로운 증거로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공책을 제시했다. 서명이 없는 상태로 전후 조사 서류 더미에서 발견된 이 공책에는 판덴베르허가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토의 공책에 따르면 판덴베르허는 전시 유대교 연합회의 일원으로서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명단을 나치에 넘겼다.
수용소로 끌려간 안네의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토는 자신의 의심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고 이 같은 정보가 알려질 때 반유대주의 정서가 한층 강해질 수 있는 데다 용의자의 가족들이 비난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팀은 추정했다.
팬코크는 안네 가족의 밀고자를 밝혀내기 위해 ‘콜드 케이스 다이어리(Cold Case Dairy)’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범죄학 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컴퓨터 전문가 등 19명으로 조사팀을 꾸려 활동해왔다.
안네가 살았던 네덜란드의 국립문서보관소, 전쟁·홀로코스트·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시와 안네프랑크재단 등 네덜란드 당국도 각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조사 작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하려고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서 숨어 지내온 안네 가족 8명은 1944년 8월 나치에 적발돼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졌으며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희생됐다. 그동안 누가 안네의 가족을 나치에 밀고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안네 가족 밀고자 혐의를 받는 사람은 안네 가족의 청소부 아줌마, 아버지 오토의 종업원, 오토를 협박했던 남성, 나치 비밀경찰 요원으로 일했던 유대인 여성 등 대략 30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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