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차남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군 직함 등을 박탈했다.
영국 왕실은 13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여왕의 승인과 동의에 따라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이 여왕에게 반환됐다”며 “앤드루 왕자는 민간인으로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왕실 관계자는 또 앤드루 왕자가 ‘전하(His royal highness)’라는 호칭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모든 역할은 왕실 다른 가족들에게 분배된다.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민사 재판을 받게 됐다. 전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이 민사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앤드루 왕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앤드루 왕자는 지난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이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영국 군 출신 인사 150여 명은 이날 오전 여왕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앤드루 왕자가 군 직함을 유지하는 데 분노한다고 압박했다. 앤드루 왕자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2019년에는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임무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듬해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가 결혼할 때 공식 결혼사진에서도 빠졌다.
이번 결정은 여왕이 ‘가장 아끼는 자녀’로 불리던 차남에게 드디어 인내심을 잃었음을 시사한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왕실 언론 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비터는 “여왕이 매우 슬퍼하고 있겠지만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며 “이건 왕실의 이해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스캔들로 왕실 전체가 굴욕을 겪는 일을 피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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