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를 쫓던 경찰관들이 무고한 시민을 용의자로 오해해 무력을 사용하고 체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5일 오후 11시쯤 부산역 역사에서 베트남인 살인 용의자를 쫓던 전북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A씨를 용의자로 오인해 제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A씨의 신분도 확인하지 않고 그저 용의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A씨를 덮쳤다. 열차에서 내리다 봉변을 당한 A씨가 놀라서 피하려 하자 경찰은 그를 발로 차고 밟았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경찰관은 A씨에게 전자충격기를 한두 차례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에 나선 경찰 10여 명은 A씨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하고 수갑까지 채웠다. A씨는 당시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 고지해야 하는 미란다원칙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들의 막무가내 폭행으로 코 뼈가 부러지고 목 등 온몸에 상처를 입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는 아직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당시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A씨는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를 장기간 추적하던 중 부산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부산역에서 잠복하던 중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혼동해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뒤쫓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서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물리력을 사용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지만, 지금도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피해자에게) 손실보상제도에 따라 보상절차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은 전북경찰청과 경찰청에도 보고됐으나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조사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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