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 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가 고소 접수 5일 만에 검거된 가운데 경찰이 공범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런 중 이 씨 측은 범행 배경에 회사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사내 윗선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결국 경찰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전망이다.
6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 씨 변호인은 횡령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건넸다고 이 씨가 말했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전날 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주거지에 몸을 숨겼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씨는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개 회사원에 불과한 이 씨가 윗선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회삿돈을 은밀하게 빼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시민 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이사를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영업 활동에서 유입된 현금 규모만 1,440억 원에 달하는 우량 회사에서 직원 한 사람의 일탈로 1,880억 원이라는 횡령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듭 이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회사 측은 입장문에서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떤 개입이나 지시를 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 씨에게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씨가 횡령한 자금 추적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우선 이 씨가 횡령한 1,880억 원 중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은 약 560억 원이다. 경찰은 경기 파주시 목동동의 은신처에서 지난해 12월 이 씨가 구매한 1㎏ 금괴 851개 중 430개를 압수했다. 이는 약 3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찰은 나머지 1,000억여 원 횡령금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이 씨의 부동산 증여 이력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이 씨가 수년간 소유했던 경기 파주에 있는 건물을 잠적하기 직전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1채씩 증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증여 건이 이번 횡령과 관련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데 이 씨의 부동산 재산 등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이 씨의 가상자산 계좌 활용 여부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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