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초부터 신형으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엄중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태로 미뤄볼 때 조만간 또다시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신기술로 도발할 때마다 한미에서 방어하기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1월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달 5일까지 북한이 감행한 미사일 도발은 총 아홉 번에 달한다. 지난해 1월 22일과 3월 21일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제외한 일곱 번은 모두 신무기 시험이었다.
일곱 번의 신무기 발사 중 극초음속 미사일은 두 번, 탄도미사일은 두 번, 순항미사일은 한 번, 대공미사일(반항공미사일)은 한 번이었다. 이들 신무기들의 주된 특징은 발사의 기습성을 강화하거나 속도 및 위력을 높이고 비행 방향을 바꾸는 변칙 기동 등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군이 요격하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노동-8형’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약 넉 달 만에 또 다른 신형으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두 미사일은 모두 탄도미사일용 발사체(로켓) 위에 따로 분리돼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탑재체를 올린 방식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노동-8형이 로켓 분리 후 활공하는 전 구간에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인 반면 이번 발사 미사일의 탑재체는 로켓에서 분리한 후 마지막 하강 단계에서만 변칙 기동할 수 있는 ‘기동식 재진입체(MARV)’ 방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은 지난해 9월 북한의 노동-8형 발사 당시 북한의 극초음속 기술이 아직 초기 수준이며 전력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노동-8형은 당시 극초음속(음속의 5배 이상)에 못 미치는 음속 3배 안팎 수준의 비행 속도를 내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시험 발사에서 음속 5배(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음속의 6배를 넘은 것으로 탐지됐다는 전언도 들린다. 또한 비행 중 좌우로 각도를 틀어서 경로를 바꾸는 변칙 기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당국은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요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한미 미사일 방어 체계는 기본적으로 극초음속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단순히 극초음속의 속도만 낸다면 대응할 수 있지만 종말 비행 단계(정점 고도를 지나 낙하하는 단계)에서 방향을 바꾸며 변칙 기동을 한다면 요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처럼 엄중한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평화적인 대화를 강조하는 등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현재의 남북 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안보리 대응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사국 간 협의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연이틀 개최됐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논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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