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일 자강도 일대에서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좌우로 비행 방향을 꺾어 변칙 기동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도발 직후 미일 외교 사령탑은 핫라인으로 긴밀히 공조한 반면 한미 외교 수장 간에는 움직임이 없어 안보 위협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이 ‘패싱’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였다"며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또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되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비행 구간에서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에로 120㎞를 측면 기동하여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하였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을 완수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감행한 미사일 도발은 총 아홉 번에 달한다. 지난해 1월 22일과 3월 21일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제외한 일곱 번은 모두 신무기 시험이었다.
일곱 번의 신무기 발사 중 극초음속 미사일은 두 번, 탄도미사일은 세 번, 순항미사일은 한 번, 대공미사일(반항공미사일)은 한 번이었다. 이들 신무기들의 주된 특징은 발사의 기습성을 강화하거나 속도 및 위력을 높이고 비행 방향을 바꾸는 변칙 기동 등을 구현했다.
주목 받은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약 넉 달 만에 또 다른 신형으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두 미사일은 모두 탄도미사일용 발사체(로켓) 위에 따로 분리돼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탑재체를 올린 방식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화성-8형이 로켓 분리 후 활공하는 전 구간에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인 반면 이번 발사 미사일의 탑재체는 로켓에서 분리한 후 마지막 하강 단계에서만 변칙 기동할 수 있는 ‘기동식 재진입체(MARV)’ 방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은 지난해 9월 북한의 화성-8형 발사 당시 북한의 극초음속 기술이 아직 초기 수준이며 전력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시험 발사에서 음속 5배(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음속의 6배를 넘은 것으로 탐지됐다는 전언도 들린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요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한미 미사일 방어 체계는 기본적으로 극초음속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단순히 극초음속의 속도만 낸다면 대응할 수 있지만 종말 비행 단계(정점 고도를 지나 낙하하는 단계)에서 방향을 바꾸며 변칙 기동을 한다면 요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긴급 전화 회담에서 “일본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약속을 철통같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통화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전날 시험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한 지 두 시간 만에 이뤄졌다.
사정이 이처럼 엄중한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평화적인 대화를 강조하는 등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연이틀 개최됐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논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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