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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매진' 리움 기획전…지방 미술관서도 만난다

리움 재개관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

2월 중순 전남 도립미술관서 개최

자체 기획전 외부기관 순회 '처음'

진주시에는 소장품 대여 검토 중

이재용 '동행' 의지, 문화서도 실천

리움미술관이 4년 만에 기획한 재개관전 '인간:일곱 개의 질문'이 다음달 2일 폐막 후 2월 중순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옮겨간다.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이 지난 10월 재개관 기획전으로 연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이 다음 달 2일 전시를 마치고 새해 2월 중순께 전남 광양읍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옮겨 간다. 지난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이 자체 기획전시를 외부 순회전 성격으로 확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미술관 전시를 위해 리움미술관 소장품 대여도 준비하고 있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리움 운영위원장으로서 전면에 나선 이후 미술관이 보다 적극적인 공익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매진’ 리움 기획전, 전남에서 만난다


29일 미술계에 따르면 리움미술관이 1년 7개월 간의 휴관 후 재개관과 함께 선보인 4년 만의 자체 기획전 ‘인간…’ 전시가 내년 2월 중순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삐쩍 마른 인체 조각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를 비롯해 이브 클렝·조지 시걸·루이스 부르주아·신디 셔먼·데미언 허스트 등 해외 거장과 백남준·류인·이건용·이불·이형구·김희천 등 한국 작가의 작품까지 총 130여 점을 선보인 전시다. 지난 4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유족이 국가기관에 기증한 이후 ‘이건희 컬렉션’ 관람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터라 10월 8일 개막한 전시 관람 티켓은 폐막일까지 모두 ‘전일 매진’을 기록했다.

리움미술관의 재개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시 전경.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전시를 개최하는 전남도립미술관 측은 이동 및 설치가 어려운 4~5점의 작품을 제외한 출품작 99%를 원래 기획 의도에 맞게 설치할 예정이다. 전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2월 중순 개막해 약 100일 간 열릴 예정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남도 끝자락에 위치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향유권을 누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인간…’ 전시를 통해 자코메티와 부르주아 같은 거장부터 최신 현대미술의 젊은 작가 작품까지 경험할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면서 “인간의 본질을 다시 묻는 전시 주제가 이 시대의 여러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앞서 삼성가(家)로부터 김환기·천경자 등 21점의 작품을 ‘이건희 컬렉션’ 일환으로 기증받은 바 있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며 보물로 지정된 이암의 '화조구자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리움 소장품, 진주에서 만난다


또 리움미술관은 진주시가 내년 3월 개막을 목표로 국립진주박물관과 협력해 준비 중인 ‘한국 채색화의 흐름’ 전시에도 다수의 소장품을 대여해 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 측이 대여를 요청한 9점의 소장품 중에는 보물로도 지정된 조선 시대 화가 이암(1499~생몰 미상)의 ‘화조구자도’, 현전하는 가장 수준 높은 14세기 고려불화 ‘수월관음보살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고미술품은 외부 노출에 민감해 1개월 이상 전시가 어렵고 전시장의 온도·습도·조도를 맞추기도 무척 까다롭다. 그럼에도 리움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진주시는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이 옛 진주역사 부지로 신축·이전함에 따라 가용 전시공간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기로 했고, 그 첫 전시로 고려 이전부터 근대까지 한국미술사를 관통하는 대규모 채색화 기획전을 추진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며 보물로 지정돼 있는 14세기 고려의 '수월관음보살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리움은 과거에도 ‘꽉 닫힌’ 미술관은 아니었다. 지난 2~5월 대구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대구 근대미술을 조명하며 기획한 ‘때와 땅’에는 리움이 소장한 이인성의 대표작 ‘경주 산곡에서’와 ‘가을 어느 날’을 동시에 빌려줬다. 리움의 전신인 ‘호암갤러리’ 시절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을 뿐 그동안 리움은 문화예술 공유에 대한 활동을 티 안 나게 조용히 진행해 왔는데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후 좀 더 주목을 끌게 됐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철학으로 강조한 ‘동행’의 의지가 삼성의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공익재단과 산하 미술관의 여러 활동들을 통해 공유와 향유의 실천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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