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이 오는 30일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2022학년도 정시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는 셈이다. 정시 모집에서 대부분 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다. 하지만 올 수능이 역대 최고 수준의 ‘불수능’으로 평가받는데다 사상 처음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져 합격 가능 수준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욱이 수능 생명과학 Ⅱ 출제오류 소송으로 정시접수 시작 전날 저녁에야 수시에서 탈락해 정시로 넘어가는 수시 이월 인원 파악이 가능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눈치작전이 치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정시 모집인원은 8만4,175명으로 지난해보다 4,102명 늘었다. 전체 모집인원에서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23.0%에서 올해 24.3%로 증가했다. 서울 주요 대학이 정시 모집 비중을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는 ‘수시 미등록 이월 인원‘이 반영되지 않은 계획상 인원이다. 각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계획된 인원을 선발하지 못할 경우 정시로 이월 선발한다. 올해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수학에 약한 문과 학생 상당수가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정시 이월 인원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이월 인원을 정시접수 시작 전날 저녁에야 겨우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소송으로 수시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일이 28일에서 29일로 미뤄져 정시 최종 인원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월 인원에 따라 그 동안 고민했던 정시 전략이 무의미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원서접수 직전까지 수시로 각 대학의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형 수능으로 수학 1·2등급을 싹쓸이 한 이과생들이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하는 ‘교차지원’이 대거 늘 것이란 점도 변수다. 종로학원이 수험생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을 검토하는 학생이 수능 직후에는 26.8%였지만 채점 결과 발표 후 37.4%로 크게 늘었다. 문과 상위권이 주로 지원하는 서울 소재 대학 경영·경제학과에 이과생들이 상당수 지원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교차지원 등의 변수가 있지만 입시전문가들은 가·나·다군 중 최소 1군데는 소신 지원을 권했다. 특히 문과생들의 경우 상위권 학생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이과생의 교차지원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생들도 인문계열로의 교차지원, 약대 신설로 인한 상위권 분산으로 1군데 정도는 소신 지원의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각 대학이 속속 발표하고 있는 사회·과학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도 확인해야 한다. 변환표준점수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다양하게 선택한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보정하기 위해 각 대학들이 별도로 부여한 성적이다. 올 수능 탐구영역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구과학Ⅱ’가 77점인데 최저점은 ‘정치와 법’이 63점일 정도로 같은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에서 14점 차이가 난다. 응시한 과목이 다른 과목들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다면 변환표준점수제를 채택한 대학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올해 정시에서는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30여 개 대학이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정시모집이 시작되면 전형 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은 가·나·다군 3개 모집군마다 대학 한 곳씩 지원할 수 있다. 원서접수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합격자는 내년 2월8일까지 발표한다. 합격자 등록 기간은 내년 2월9일부터 11일까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