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이 환자를 봅니까. 의료인력 공급 없이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건 이미 지칠대로 지친 간호사와 의료인력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
신승일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 위원장은 27일 "정부가 내놓은 병상확충 계획은 인력공급안 등 실질적 실행계획 없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노련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병원에 대한 의료인력 확충과 보상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용 병상을 2만5,0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1만 5,000여개인 중증 환자 병상을 한달 안에 1만 여 개 더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70%를 떠맡고 있는 민간병원 의료진들은 반복되는 정부의 병상동원령에 지쳐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다.
신 위원장은 "지금 의료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볼 간호인력은 기존 일반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일반병동 간호사의 지원을 받는 등 땜질식 돌려막기로 겨우 유지되는 실정"이라며 "업무 가중과 처후 미흡, 지원인력 부족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해지면서 헌신하던 의료인력의 퇴사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병상수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의 대책이 일선 의료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도 선별진료소, 선제검사소, 백신예방접종, 생활치료센터 등을 운영하느라 자체 인력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며 "특히 중환자간호 인력의 돌려막기는 국민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일임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의료노련은 노동강도에 맞지 않는 보상도 의료인력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또다른 원인이라고 봤다. 환자 중증도별 수당 차이가 거의 나지 않다보니 위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진다는 입장이다. 병원 노동자들에게 무조건적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대신, 노동강도에 맞는 수당이 책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의료노련은 정부를 향해 "현장 상황에 맞는 의료 인력 확보방안과 의료현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코로나19 중증치료 병상의 의료인력 정부지원, 중환자 대응인력의 고강도 노동에 비례하는 적절한 보상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감염병 지정병원 해제 후 발생하는 유휴 의료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정원을 증대할 수 있도록 지속적 인력과 물적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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