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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꼰대가 아닌 어른의 마음으로





‘꼰대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심심풀이용 테스트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해 신뢰도는 낮다. 하지만 의외로 정곡을 찌른다.

한 테스트의 문항 일부는 이렇다. ‘만나면 나이를 묻고, 나보다 어리면 반말한다’ ‘개인적 인맥을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의견을 말하라 했지만 결국 정답은 내 의견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요즘 애들은 노력 없이 불평만 하는 것 같다’ ‘후배 옷차림이나 인사 예절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서 3~5개가 해당되면 ‘잠재적 꼰대’다. 6~11개면 ‘꼰대 경계경보’, 12~15개면 ‘자숙하시라’는 경고가 뜬다.

웃자고 만든 테스트지만 읽다가 기분이 나빠진 독자분들도 계실 것이다. 더 친해지려면 나이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물어봤을 수 있다. 내가 겪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부당해 섭섭할 수 있다. 그 정도 소통도 못 하는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생각은 많이 다를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짚어보자. 핵가족의 일원이고 이전 세대 대비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며 태어나자마자 컴퓨터·인터넷과 함께한 세대. 동시에 사상 최악의 경쟁을 경험 중으로, 빠르면 유치원 때부터 입시 전선에 뛰어들었고 대학에서도 취업 준비로 낭만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세대다.



이들은 이제 놀 때조차 경쟁한다. 핫한 식당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고 얼마나 좋은 소비를 했는지 소셜미디어에 경쟁하듯 포스팅한다. 워낙 경쟁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지친 이들은 승진해서 더 많은 책임을 떠안기가 싫다. 월급은 중요하지만 얼마나 정신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인지도 따진다.

이런 분석은 아마 틀렸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 대부분에게 과거의 교훈이 낡게 느껴지리라는 점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경험했을 변화를 수십 년 만에 압축적으로 끝낸 우리나라다. 20년 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생각과 방식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럼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영원히 서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자인 리아 조지스 크레이턴대 교수는 ‘세대론’ 자체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도 없을뿐더러 선입견만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대의 특징이 아닌 개개인의 특징에 초점을 맞출 때 더 나은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요즘 세대는 애초에 직장에서 ‘가족 같은 상사’나 ‘친구 같은 동료’를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각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폄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조언이나 명령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의 토론을 생활화한다면 최소한의 신뢰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꼰대가 아닌 성숙한 어른의 자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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