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중재로 잦아든 줄 알았던 국민의힘 분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 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이준석 대표가 이틀 만에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등 당내 핵심 관계자들이 서로 내부 총질을 해대고 있다. 제1야당이 민생 해법과 정치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내홍에 휩싸이자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의 보수 유권자들마저 점차 등을 돌려 윤 후보 및 당 지지율이 동반 급락하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장 의원을 겨냥해 이른바 ‘윤관핵’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다. 윤관핵은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줄임말이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이 나도 모르는 얘기를 막 줄줄이 내놓기 시작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 대표 등을 비판하는 논조의 보도 등이 ‘윤관핵’의 발언을 빌리는 형식으로 이어지자 이 후보가 장 의원을 분란 유발의 당사자로 지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장 의원에 대해 “선대위 조직에 없는 사람이라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부산(장 의원의 지역구)을 벗어나면 제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녀 관련 문제로 선대위에 불참한 채 백의종군하기로 했던 장 의원이 여전히 선대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욕적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대선을 70여 일 앞둔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선대위 중진들이 장 의원을 두둔하고 있어 당내 편 가르기가 노골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 의원은 뒤에서 속닥거리고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윤핵관을 향해 “‘후보와 가까우니 내 나름대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선대위에) 많은 것 같다”며 “자기 기능을 초과해서 하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윤관핵 사퇴를 촉구하는 이 대표의 주장에는 거리를 두며 “혼란을 또 일으키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균형을 잡으려 했다.
이 같은 중재에도 불구하고 내홍이 깊어진다면 전면에 나선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우려가 있다. 지난 22일 “그립을 강하게 잡아달라”는 윤 후보의 주문을 받은 김 위원장이 전날 총괄상황본부를 컨트롤타워로 내세웠지만 윤 후보 측 핵심 라인인 권선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미묘한 구도에 놓여 있어 방대한 선대위 조직을 단기간에 장악하기에는 아직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제1야당의 자중지란에 실망한 민심은 여론조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12월 2주)보다 7%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35%)와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당내 경선 이후 39%(11월 2주)까지 올랐던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윤 후보는 한 달여 만에 10%포인트를 잃어버린 셈이다. 특히 당 지지층인 보수층과 청년 지지층이 동시에 이탈하고 있다. 윤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23%로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 보수층 지지율도 9%포인트 하락했다. 심지어 이번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도 지난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한 42%를 기록해 국정 안정론과 동률을 이뤘다.
당 선대위의 내홍이 깊어지면 이 후보가 나서서라도 진화해야 하지만 소방수가 되기는커녕 각종 실언으로 도리어 논란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의 장모 최 모 씨가 이날 토지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윤 후보로서는 한층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내우외환을 빠르게 수습하지 못해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정권 교체론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후보와 선대위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습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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