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뒤편 상표(보조 라벨)은 관심의 사각지대다. 소주 원료와 각종 첨가물, 제조사 주소 등 보조 라벨에 표기되는 내용도 흥미 요소와 거리가 멀다. 어른 손바닥의 반 보다 작은 크기에 글자도 깨알만해 좀처럼 주목을 끌기 힘들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광고 모델 사진 뿐이다.
대선주조는 다른 제조사가 활용 가치를 찾지 못하던 보조라벨에 주목했다. ‘계륵’ 취급을 받던 보조 라벨에 참신한 디자인을 덧입혀 부산의 기업과 주력 제품, 지역 축제 등을 홍보하는 ‘지역 사랑 캠페인’의 장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한국 소주 시장 물론 주류사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였다.
‘지역 사랑 캠페인’이 시작된 해는 2010년이다. 당시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 90%를 상회하던 C1 보조 상표에 향토기업 ‘비락’의 이미지 광고가 보조 라벨에 인쇄돼 주요 상권에 깔렸다. 파장은 엄청났다. 부산은행(현 BNK 부산은행)을 비롯해 팬스타 크루즈, 트렉스타, 터보파워택, 아마란스 화장품, 그린조이 등 부산에 기반을 둔 금융, 제조, 관광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이 홍보 요청을 했다.
기업뿐만 아니었다. 부산지방경찰청, 동래구청, 부산환경공단 등 공공기관의 요청도 쇄도했다. 입소문을 타자 자갈치축제, 불꽃축제 같은 지역 축제와 문화 행사는 물론 고등어 미역 등 특산물과 관광지 홍보 요청도 잇달았다. 캠페인 효과가 의외로 쏠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등이 특히 효과가 있어 여러 번 홍보 요청을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동래구청 관계자도 “대선주조가 관내에 있어 동래구의 축제나 전통 시장 홍보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역 사랑 캠페인’을 처음 전개한 2010년 이래 대선주조는 올해 12월말까지 12년 동안 300여 개 테마로 약 6억 장의 보조 라벨을 찍어 ‘지역 사랑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캠페인 성격에 따라 한 개 테마 당 최소 100만 장, 최대 1100만 장의 보조 라벨을 인쇄해 배포했다.
가로 55mm 세로 63mm에 불과한 보조 라벨이지만 지금까지 ‘지역 사랑 캠페인’이 전개된 6억 장을 이어붙이면 경부고속도로(416km)를 45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가 된다. 면적으로 따지면 남한 전역을 두 번 도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넓이다.
조우현 대선주조 대표는 “대선이 부산에서 태동해 부산시민들의 사랑으로 성장한 향토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보조라벨을 활용한 지역 사랑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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