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다양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에 대한 왕성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세계 그린본드 발행 잔량은 지난해 4,400억 유로에서 올해 11월 기준 1조 1,000억 유로로 급속히 성장했다. 사회적 채권도 1,890억 유로에서 3,700억 유로로, 지속가능 채권 역시 1,620억 유로에서 3,030억 유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그린본드 시장의 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발발과 채권시장 혼란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2021년으로 대부분 연기된 데다 올해부터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각국 정부가 국채 그린본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또 다양한 섹터의 친환경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유럽연합(EU) 분류 체계 규정의 시행으로 그린본드 투자를 장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졌고 EU가 차세대 회복 프로그램의 재원 마련을 하기 위해 그린본드를 발행한 것 역시 큰 역할을 했다.
그린본드 시장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 금융 관련 규제의 시행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둘째, 올해 10월 시작된 EU의 그린본드 프로그램에 따라 500억~750억 유로 규모의 발행이 예정돼 있다. 셋째, 이제까지는 유럽이 그린본드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오는 2022년에는 미국과 신흥 시장이 시장점유율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각국 정부도 보다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70여 개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생물 다양성, 석탄 및 메탄 배출에 관한 새로운 목표가 제시됐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규제 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투자자들 역시 기업들의 무분별한 삼림 벌채에 제동을 걸고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별 축소 및 완전한 이행을 더욱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EU가 얼마만큼의 그린본드를 발행할지에 따라 그린본드 발행량은 크게 달라질 수는 있다. EU는 팬데믹 회복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2,500억 유로의 그린본드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발행 속도에 따라 전체 액수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사회적 채권 발행량은 2021년 대비 750억 유로가 증가한 2,5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가능 채권 발행도 올해보다 1,050억 유로가 증가해 2,500억 유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적 채권과 마찬가지로 사용처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ESG 채권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투자자들이 적정한 보상을 기대하며 선택할 수 있는 ESG 채권의 범주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U뿐 아니라 이집트·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이 지속가능 금융의 성장에 힘을 쏟는 것을 보면 신흥 시장에서도 ESG 채권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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