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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금기의 KPGA[동십자각]

양준호 골프팀 차장


골프가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TV를 켜면 골프와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방송된다. 사우나에서 어르신들이 하던 빈 스윙 동작을 20·30대 젊은이들도 한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학교에서도 폼을 연습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운동인 골프가 수혜를 입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많은 골프 관련 업체들이 ‘역대급’ 호황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이런 호황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회사들도 있다. 남자 프로 골프도 그런 축에 속한다. 단적으로 대회 때 포털 사이트 중계를 보는 실시간 접속자 수가 여자 프로 골프 대회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쳤다. 프로 스포츠에서 여자 경기가 남자 경기보다 인기가 많은 사례는 아주 드문데 국내 골프는 거의 10년째 ‘여고남저(女高男低)’다. 올해는 스타성이 다분한 19세 김주형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3관왕에 오르며 활약했는데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스타 기근이라는 KPGA 투어 정체의 오랜 원인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번듯한 스폰서를 구해 대회 수를 늘리고 스타 자질이 보이는 선수를 띄우는 것도 당장 중요하지만 기초 공사부터 다시 살피고 보강하는 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KPGA는 올해 프로 선발전 파행과 핀 위치 공지 혼선 등으로 알게 모르게 홍역을 치렀다. 이틀 짜리 프로 선발전을 기상 악화를 이유로 하루만 치르고 끝냈다가 갑자기 날짜를 다시 잡아 2라운드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해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규정에도 없던 추가 합격자가 생겨나게 됐다. 실제와 다른 핀 위치 정보를 전달한 셈이 된 해프닝은 최상위 무대인 정규 투어 대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일부 선수들은 제공된 정보만 믿고 핀이 꽂히지 않은 엉뚱한 곳으로 쳤다.

프로 선발전 참가자는 대부분 학생이다. 출제 기관을 믿고 오롯이 기량을 선보이는 데만 집중해야 할 꿈나무들이 협회의 오락가락 행정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한 뼘 차이에 울고 웃는 정규 투어 선수들은 웃지 못할 핀 위치 혼선에 사기가 꺾였다.

“아직도 일부 협회 임원들은 회원 권리 보호는 뒷전이고 밥벌이만 챙깁니다. 외국 메이저 대회 참관이 유명 선수들 보고 박수 치러 가는 자리는 아니잖아요. 대회와 투어 시스템을 좀 치열하게 배우고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한 베테랑 선수의 일갈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취임한 새 회장도 벌써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년이 주로 외부와 소통으로 ‘기업인 회장’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2년은 내부의 목소리와 체계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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