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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기 보다 '찾아오는' 문해교육 돼야 "

자원봉사대상 국민훈장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

노인·청소년 등 교육 소외계층 대상

28년 간 문해 교육·검정고시 사업

"기존 사업 손쉬운 기초 과정에 집중

수준별 교육 가능한 연계 학습 강화

학생들이 변화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이 사업 내용을 설명하면서 교육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연계 학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인 문해 교육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알려지는 게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교육 당국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교육 시스템도 사람 모으기 쉽고 홍보하기 편한 기초 교육과정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달 초 행정안전부로부터 자원봉사대상 국민훈장을 받은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은 16일 경기도 평택시 중앙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해 교육은 찾아가는 것보다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83년 대학 입학 직후 야학에 발을 들여놓았던 황 회장은 1993년부터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문해 교육과 방과 후 돌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1995년에는 검정고시반을 운영했고 2000년부터는 평택시민아카데미까지 맡았다. 이러한 교육 활동을 통해 졸업한 사람들이 초등 과정은 8년간 100여 명, 중학 과정은 45명가량 된다. 여기에 검정고시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최소 700~8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국민 추천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이번에 훈장까지 받게 된 이유다.

황우갑 회장이 이끄는 평택시민아카데미 입구에 걸린 나태주 시인의 동시 문구.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너도 그렇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황 회장은 취약 계층에 대한 교육을 할 때 ‘연계 교육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급·중급·고급 등과 같이 교육 수준 상승에 따른 연계 교육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위한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나 많은 교육기관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기초 과정에만 열심이라는 점”이라며 “한 과정을 마친 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 모으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학생들이 몇 년간 기초 과정만 다니는 일도 벌어진다. 학습 의욕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준별로 학습 과정을 나누고 2~3년이 아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황 회장은 “일본의 경우 성인들을 대상으로 5~10년간 교육을 하면서 학습자들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는 대부분의 성인 교육기관이 학습 기간을 3년으로 잡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수준별로 나눠 10년 정도는 진행해 학생들이 자신의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택시민아카데미가 성인 문해, 학력 인증, 검정고시 등의 과정으로 나누고 일반 학교와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도 수준별 연계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평택시민아카데미의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공부방 입구.


황 회장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위한 방과 후 학습도 진행 중이다. 참여 청소년들은 학교를 마친 후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아카데미에 오는 학생들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급식을 먹고 같이 있어 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요즘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정체성 혼란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시민아카데미는 정부나 시 당국으로부터 연간 2,70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힘들다. 회비와 후원금도 들어오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예산을 달라고 손을 벌린 적이 없다. 황 회장은 “성인과 청소년 교육을 위해 학원을 다니며 번 돈의 4분의 3을 털어넣은 적도 있었다”며 “인건비도 안 받고 애를 쓰고 있는 봉사자들에 대해 감사할 뿐”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청년 등 미래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을 하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는 것이다.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실행력이라는 의미다. 황 회장은 “모든 일은 처음 한 걸음 걷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그것이 경험이 돼 결국 원하는 것을 향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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