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방역패스 계도 기간이 종료된 후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3일,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은 접종 완료를 증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이 되지 않자 크게 혼란스러워 했다.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직장인 재택근무 증가와 한파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었는데 눈앞에서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며 방역패스제도 재검토와 손실보상 현실화를 요구했다.
이날 자영업자와 시민들은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1시 50분께부터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네이버·카카오 등을 통한 QR코드 모두가 먹통이 돼 발을 동동 굴렀다.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시민들이 몰리는 정오께에는 오류가 더욱 심해졌다. QR코드 창이 뜨지 않는 시민들은 가게 밖을 서성이며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가게 주인은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입구 앞에서 막연히 기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50) 씨는 “점심시간에 접종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서 가게 입구 앞에 손님들이 잔뜩 줄지어 있었다”며 “일부 손님들은 ‘구두로만 확인하고 들여보내면 안 되냐’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쏘아붙였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열람실을 찾은 이 모(29) 씨는 “열람실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QR 체크인이 되지 않으며 10분 넘게 밖에서 벌벌 떨며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직장인의 재택근무 증가와 한파로 안 그래도 오가는 손님이 적은 데다 QR 인증 먹통으로 가게를 찾은 손님마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38) 씨는 “카페는 보통 점심시간 때 잠시 앉았다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날 QR 창이 빨리 뜨지 않는 일부 손님들이 그대로 발길을 돌려 인근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갔다”며 “지난주보다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가게를 찾은 손님마저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니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1인 가게 업주들의 혼선은 더욱 컸다. 조리·서빙·포장 업무에다가 접종 확인까지 혼자 다 해야 하는데 접종 증명 시스템이 먹통이 된 탓이다. 인천 연수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1인 매장은 조리하면서 접종 여부까지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매장 규모를 생각하면 영업을 당분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접종 인증 시스템의 오류가 미리 예고됐다는 입장이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계도 기간이었던 지난주부터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에 오류가 잦다는 게시글이 계속 게시됐다. 접종 인증 시스템 사용량이 많아지는 점심시간 때면 접종 완료자가 미접종자로 표시되는 등 오류가 계속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시스템에 오류가 났을 때 매뉴얼이 없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방역패스를 강행하면 그날 장사 시스템은 다 꼬이고 피해는 오로지 우리들이 본다’며 ‘QR 인증 대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혹은 PCR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는 방역패스를 1주일간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13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식당·카페, 학원,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PC방, 독서실 등 11종 시설에 적용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용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는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영업 중단 명령 및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방역 수칙 준수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업주들에게는 과태료에 대한 부담과 방역패스 검사의 책임을 모두 지워놓은 것에 비해 일반 시민들에게 주어진 방역 준수 책임감의 무게가 현저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방역 지침을 귀찮게만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로 인해 업주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갈등이 모두 시민들에게 방역에 대한 책임이 적게 부과된 탓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자영업자 단체들은 방역패스 재검토를 요구하며 방역패스로 인한 손실보상을 촉구했다. 전국자영업자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방역패스를 제대로 시행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과 이용자의 과태료 부분을 업주에 상응하는 정도로 상향시키기를 촉구한다”며 “방역패스 및 사적 인원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손실보상 범위 안에 포함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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