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년 경제 운용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서 안정과 성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구조 개혁 명분이 약화된 반면 경제 안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5%대에서 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시작해 이날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을 통해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성장) 총기조를 견지하면서 질적 성장과 공급 개혁, 코로나19 방역, 개혁개방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두고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경제 운행도 합리적인 구간을 유지할 것”이라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지금까지 거듭 반복해온 “반독점적 규칙을 강화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식의 ‘홍색 규제’ 문구는 이번에 빠졌다. 대신 “우리(중국) 경제가 수요 위축과 공급 충격, 한층 복잡해진 외부 정세에 마주하고 있다”면서 “내년 20차 당 대회(전국대표대회)는 당과 국가 정치 생활의 일대 사건으로, 평온하고 건전한 경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부유’ 추진을 설명한 대목에서는 “케이크(파이)를 먼저 크게 만든 후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잘 나눌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부진을 의식해 우선은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와 경제의 ‘구조 개혁’보다는 안정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은 내년에도 유지된다. 내수 확대, 시장 주체들의 활력 촉진, 부동산 산업 발전, 과학기술·금융 등의 선순환, 취업과 출산에 대한 지원 확대 등도 정책 방침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정부 투자 확대 등 경기부양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일)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나온 성명에서 ‘안정을 최우선시한다’는 표현이 사용됐는데 이는 역대 첫 사례”라며 “최고 지도부가 잠재적 불안정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를 시작으로 구조 개혁을 위해 진행해온 각종 규제가 경제 전반의 투자 약화와 소비 둔화를 초래하면서 심각한 경기 하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 대란, 공급망 혼란, 헝다 디폴트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여러 악재까지 겹치자 시진핑의 군기 잡기식 ‘홍색 규제’를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합리적 구간”이라는 표현이 5%대를 상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3%가량으로 예측되는데 성장률 목표로 ‘5% 이상’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건의한 바 있다.
이번 회의의 구체적인 수치와 정책 방향은 내년 3월에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의 ‘정부 업무 보고’에서 공개된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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