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을 피하기 위해 실리콘으로 제작된 가짜 팔에 주사를 맞으려 한 이탈리아의 치과의사가 결국 신원이 공개되고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종합지인 라 레푸블리카는 치과의사 귀도 루소(57)가 북부도시 비엘라에서 가짜 팔에 백신을 맞으려다 덜미가 잡혀 사기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안티백서'(Anti-vaxxer.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로 불리는 루소는 지난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비엘라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실리콘으로 제조한 '가짜 팔'로 주사를 맞으려고 했으나 간호사는 바로 진짜 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간호사는 "그가 소매를 걷어올렸을 때 피부가 차가웠고 핏줄이 하나도 없어 이상했다"고 전했다. 간호사는 이 사실을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루소는 병원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처럼 황당한 범행을 루소가 벌이게 된 이유는 치과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의료계 종사자는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하는 '그린패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루소는 "백신을 맞고 싶지 않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 그린패스가 필요했다"며 "말도 안 되는 강압적인 정부 정책이 내 삶을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지난 8월 그린 패스를 도입했고 6일 부터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인정하지 않는 ‘슈퍼그린패스’제도를 시행중이다. 실내 음식점, 체육시설, 박물관·미술관 등을 출입하거나 비행기, 기차 등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물론 민간·공공 근로 사업장에 출근할 때도 그린 패스가 필수적이다.
한편 루소는 자신의 치과 입구에 '환자의 그린패스 제시는 전적으로 자발적'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 이 같은 당국의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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