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기준 연간 규모 1조893억원에 달하는 정부광고의 집행에 쓰이는 기준 가운데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적용해 온 부수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공개했다. 열독률(이용률), 사회적 책임 등의 핵심지표와 정상 발행 및 법령 준수, 세금 납부 여부 등 기본지표로 나눠서 구성한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 7월 부수의 정책적 활용 중단과 동시에 열독률, 사회적 책임 등을 새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표의 공정성 시비가 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새로운 정부광고 지표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 중 광고의 효과성·신뢰성을 판단하는 핵심지표는 인쇄매체의 경우 각각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이다. 사회적 책임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 조정 및 시정 권고 건수, 언론자율심의기구인 신문윤리위원회 및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에 따른 주의·경고 건수, 개별 매체의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설치·운영 여부가 기준이다. 열독률의 경우 구간별로 5점씩 차등을 두며, 사회적 책임요소는 각각 등급별 1~3점의 차등이 있다. 기본지표는 매체의 정상 발행 여부, 관련 법령 위반이나 제세 납부 여부, 직원의 4대 보험 가입·완납 여부가 기준이다. 핵심인 열독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라 그 결과를 이달 중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정부광고 집행에 근거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황 장관은 "정부 광고에선 매체 신뢰성이 상당 부분 기여한다"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 즉 신뢰도가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봐서 지표에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준이 실제로 시행되기 전까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에서는 사회적 책임 같은 정성지표가 정부 광고 집행 기준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사회적 책임 지표에서는 기존에 거론되던 네이버·다음 등 포털과의 제휴 여부가 빠졌다. 언론사 자율에 맡겨야 할 편집·독자위원회 설치 여부를 강제화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황 장관은 편집·독자위원회 여부를 지표에 포함시킨 데 대해 “언론사 스스로 신뢰도를 높이고자 선택한 최선의 방법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설치를 권고하기보다 자체 신뢰도를 높이고자 구성했기에 지표에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다. 황성운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포털 제휴 여부가 빠진 것과 관련 “언론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제외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지표가 일종의 권고안이라고 말한다. 핵심지표 비율은 총합 100% 내에서 자율 설정하고, 기본지표는 가·감점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광고주인 정부기관이 광고를 집행하면서 자의적으로 지표에 가중치를 두는 식으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는 각 지표가 반영되는 배점의 비율이 낮기에 큰 영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에 공개한 지표는 인쇄매체의 경우 내년 1월부터, 방송 등 기타 매체는 2023년 1월부터 적용하게 된다. 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GOAD)을 개편, 내년 1월 1일부터 정부 기관 등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같은 달 10일 정식 운영한다. 문체부는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광고주와 광고 내용, 매체명, 게재일 등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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