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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 때 떠날 수 있도록’…임원 퇴직 지원 전략

[라이프점프×화담,하다] 성은숙 화담,하다 대표 New-UP(業)의 발견_5편

최고경영진의 네 가지 의사결정 사항 점검

퇴직 통보받은 임원 중 마지막 인사 없이 떠나는 경우 많아

기업, 퇴직 지원 정책 범위 넓혀야

이미지=최정문




‘박수 칠 때 떠나라.’

1980년 10월 시작한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의 첫 회 제목은 ‘박수 칠 때 떠나라’였다.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물러날 때를 잘 아는 것이 리더의 역할인 것을 알지만, 그동안 고생스럽게 쌓아온 명성, 역할, 권한을 뒤로하고 멋지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나려 해도’

그로부터 22년 후, 이 드라마는 ‘박수 칠 때 떠나려 해도…’를 주제로 1088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렇다. 어쩌면 이 말이 훨씬 인간적이다. 한 글로벌 기업 CEO의 사례를 보면, 물러날 때를 알고 용기를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2018년 골드만삭스에서 퇴임한 전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이 직원들에게 보낸 퇴직 메일이 한 때 회자된 적이 있었다. 36년 근속 기간과 12년 동안 CEO로서 재직한 시간에 대한 진솔한 심경이 잘 전해져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CEO/사진=화담,하다


“(중략) 나는 이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닥치니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릅니다. 떠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힘든 때가 오면 떠날 수 없고, 좋은 시절에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저는 골드만삭스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중략) 이제 내 역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혹여 사람들이 내게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당신들입니다.” -골드만삭스 전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출처: New York Times)-

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감동스럽기까지 한 이임의 리추얼(ritual)이 과연 퇴직 당사자만의 의사결정이었을까? 안타깝게도 필자는 한국 기업 중에 이런 과정을 거쳐 퇴직하는 임원을 본 적이 없다. 이번 호에서는 임원 퇴직 지원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네 가지 의사결정 사항을 점검한다.

첫째, 멋진 퇴임식을 함께 계획하라.



여전히 많은 임원이 하루아침에 퇴직 통보를 받고 업무에서 즉시 배제된다. 임원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숙명처럼 여겨지지만, 당사자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임에 틀림없다. 화담,하다 리서치앤스터디에 따르면 퇴직을 통보받은 임원 중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경우는 10% 미만이었으며, 작별인사조차 없이 헤어졌던 순간이 퇴직 이후에도 오랫동안 아픈 상처로 남았다고 대답했다. 따라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별의 시간은 퇴직 당사자와 남은 구성원들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둘째, 현직에서 준비하게 하라.

‘드디어 임원이 됐다는 자긍심과 무한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는 중요한 시기에 퇴직 이후를 구상하게 하라고?’ 모순처럼 들리지만, 그때가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임원이 된 순간에는 누구도 자신의 퇴직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객관적이고 현명한 퇴직 구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임원 승진 초기에 퇴직 이후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례화하는 것이 좋다.

“퇴직 후, 지난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가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했지? 왜 정년까지 무난하게 잘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만약 회사 안에서 미래를 구상했더라면 퇴직을 한 후에도 더 빨리 적응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때 퇴직하지 않고 더 나은 포지션을 유지했을 거란 생각도 들더군요.” - S그룹 전 부사장 L님-

셋째, 퇴직 지원 정책을 다변화하라.

대기업 임원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지지만, 퇴직 임원의 직급에 따라 1~2년에서 많게는 3년까지 임금의 일부, 차량, 법인카드, 사무 공간, 비서 등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별도의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력서 작성, 취미 활동, 심리상담 등에 한정된다. 임원 퇴직 지원 정책의 변화를 구상하는 기업들이라면, 퇴직 이후의 새로운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로 지원 범위를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현직에서의 특권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소회하는 리더들도 있다. 오히려 퇴직 후의 목표와 실행 방안을 세울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과 전문가의 조언이 더 현실적인 지원이 된다.

넷째, 사회를 위한 롤 모델이 되게 하라.

임원이 되는 것이 모든 직장인의 꿈처럼 여겨진 때가 있었다. 시대가 변했고, 승진만을 위해 회사에 충성하지는 않겠다는 MZ세대 직장인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회사의 임원들은 많은 구성원의 롤 모델이며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다. 이제는 그들의 경험과 지혜가 더 나은 사회와 다음 세대를 위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퇴직 임원들의 역량이 사회를 위해 쓰이도록 지원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다. 퇴직 당사자 역시 그동안의 성공 뒤에는 엄청난 운과 수많은 사람의 배려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새로운 역할 중 일부라도 타인을 위해 환원할 방법을 찾아가기 바란다. 그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한 1%의 소임’을 다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공수신퇴 천지도(功遂身退 天之道)라 하여 ‘공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라 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스스로 그때를 찾는 것이 어찌 쉬울까? 오랜 시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임원이 ‘박수 칠 때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장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퇴직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들이 떠난 자리를 바라볼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지금처럼 한순간 인연을 놓아버리는 퇴직 정책을 대신할 임원 퇴직 지원 방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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