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려 변이로 지정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 이후, 세계 각국이 국경을 통제한 시점 이전에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여러 대륙으로 전파됐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미 CNN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제한 조치를 발표한 국가는 최소 70개국에 달한다.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 변이의 존재를 파악해 세계보건기구(WHO)에 심각성을 보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계 각국에서는 오미크론 차단을 이유로 남아프리카발 입국자를 금지했다. 오미크론의 위험도와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파악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을 막아보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나 델타 변이 발견에 비하면 '조기 발견'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변이 바이러스의 첫 출현 후 WHO 보고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남아공 과학자들은 이달 9일 보츠와나에서 첫 표본을 채취해 새 변이의 존재를 확인했고 24일 이를 WHO에 보고했다. WHO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새 변이 오미크론을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표본을 처음 체취한지 17일만이다.
남아공의 일일 확진자수는 이달들어 200명 안팎을 유지하다 17일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24일 1,000명을 넘었다. 남아공 보건 당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각국이 남아프리카발 입국자를 막기 시작한 26일 이전부터 남아공에선 이미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증가했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아프리카는 물론 여러 대륙으로 감염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항공편이 끊긴 남아프리카를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8일 캐나다에서 오미크론 감염 판정을 받은 2명은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해 이미 아프리카 전반에 전파된 것 아니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프로축구단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이 중 최근 남아공에 다녀온 사람은 선수 1명이며 당국은 나머지 사람들이 포르투갈 내에서 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날 6명이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일부는 남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코틀랜드 당국자는 "오미크론이 지역에서 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니콜 이렛 미 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여행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가질 때 쯤이면, 이미 늦었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 여행금지는 이론적으로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며칠에서 몇 주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국경통제 논란에 대해 "파편화된 대응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맞서는 글로벌 투쟁을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