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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체이탈자' 윤계상 "인생 캐릭터? 장첸도 강이안도 있었으면 해요"

윤계상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든 연기에 진심이 담겼다. 어떻게 하면 그 인물처럼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목숨을 걸었다”고 표현할 만큼 거친 액션도 직접 소화해 낸다. 어느 새 배우의 향기가 짙어진 윤계상이다.

윤계상이 원톱 주연으로 나선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남자 강이안(윤계상)이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 영화다.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유체이탈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이끌고, 다채로운 액션이 장르적 쾌감을 이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진짜 어려웠어요. 그 글이 갖고 있는 황당함이 있었죠. ‘어떻게 구현되고 어떻게 설명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더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글보다 영화를 봤을 때 오히려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가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극 중 강이안은 자신을 제외한 6명의 몸에 들어간다. 윤계상은 1인 7역을, 강이안의 영혼이 들어오는 몸을 연기한 배우들은 2인 1역을 하게 된 셈이다. 강이안은 기억 상실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놓인 강이안이란 인물을 7명이 배우가 함께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습실을 빌려 주기적으로 회의를 거쳤다.

“회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일주일에 3~4번 정도 했는데, 그때 저는 god 콘서트를 하는 와중이라 콘서트 끝난 날도 회의를 했었죠. 저녁 8~10시에 모여서 다음날 3~4시까지 연습하고, 스케줄 있는 사람들은 가고 그랬어요. 모든 배우가 다 모여서 각자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다양한 회의를 거쳤어요. ‘내가 강이안이라면 이 지점에 이럴 것 같다’고 할 때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진 않잖아요. 여러 제안을 주셨는데 혼자 설정하고 만드는 것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들의 열정에 정말 감사했어요. 모든 촬영장에 강이안을 연기한 배우들이 많이 와줬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는 현장이었죠. 지금도 끈끈하고요. 시사회 날 영화를 다 같이 봤는데 뭉클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같이 만든 역할이에요.”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윤계상은 1인 7역 작업뿐만 아니라, 액션 연기에도 열중해야 했다.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강이안은 영문도 모른 채 의문의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다양한 액션을 펼친다. 맨몸 액션은 물론, 총격, 카체이싱, 수중 액션까지 액션종합세트라고 해도 무방하다. 윤계상은 “목숨 건 액션”이라고 표현했다.

“본능적으로 강이안이었을 때의 상태를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을 했어요. 위기가 왔을 때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액션을 했죠.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걸 배우들, 감독님과 회의를 많이 했는데, 순수하게 강이안에게 맡기기로 했어요. 전문적으로 무술을 배운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좀 더 훈련을 체계적으로 했고요. 액션에 대한 고민을 진짜 심도 있게 했습니다.”

그의 액션 연기가 더 리얼할 수 있었던 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덕분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본능적으로 나오는 감정도 액션에 실었다. 수중 촬영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산소 마스크에 의지한 채 3시간 정도 촬영했고,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운전석을 따로 둔 특수 제작한 차에서 공포에 맞서 싸우며 연기했다.

“대역을 쓰게 되면 액션은 멋있어도 얼굴이나 느낌이 조금 다르잖아요. 감독님도 직접 연기하길 원하셨어요. ‘슬쩍슬쩍 얼굴이 보이면 조금 액션이 부족해도 정말 리얼하다’고 하셨죠. 원래 모든 액션신을 직접 다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하게 됐어요.”(웃음)



몸을 내던진 연기 덕분에 윤계상은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진심을 다한 결과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이 먼저 보였다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는 진짜 오랜만이에요. 저도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하나하나 완벽하게 하려고 했는데 사실 시사회 날에는 눈을 감게 됐어요. 제 연기를 못 보겠더라고요. 그때 현장에서 치열하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관객분들이 만족스러웠으면 해요.”



캐릭터에 자신을 쏟아붓는 윤계상의 열정은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크라임 퍼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살인을 자백한 천재 범죄심리학자를 연기하기 위해 삭발까지 자처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좀 더 그 사람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간절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생각을 해요. ‘크라임 퍼즐’의 프로파일러 캐릭터의 경우에는 살인을 자백하는 등의 설정이 있으면 ‘이런 사람이 머리를 할 시간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연기도 그런 식으로 접근해요. ‘이 사람이 이런 말투를 구사할까?’ ‘내가 기억이 안 난다면 어떤 말을 먼저 할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이 외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범죄도시’(2017)의 장첸은 이 같은 연구 끝에 나온 인생 캐릭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배우에게 인생 캐릭터란 훈장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계상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장첸이 그렇게 사랑받았다는 걸 그때도 잘 몰랐고, 근래에 홍보 활동을 하면서 체감하고 있어요. 장첸이란 역할이 진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유체이탈자’가 잘 돼서 장첸도 있고, 강이안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유체이탈자’는 윤계상이 결혼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8월, 5살 연하의 비연예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오랜 시간 기다렸던 영화 개봉도 하고, 드라마까지 동시에 선보이는 등 일과 사랑을 동시에 잡는데 성공했다. 그는 행복한 얼굴로 “걱정도 근심도 덜해졌다”며 배우로서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이제 걱정할 시간에 밖으로 나와요. 저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더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정말 행복하고 책임감도 생기고 좋은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안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모든 일을 더 걱정시키고 불안하게 하지 않거든요. 그럴 시간에 더 노력을 하죠.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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