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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의 커튼콜, 4번의 앙코르 연주…역시 키신이었다

[내한 리사이틀 리뷰]

120분 본 공연 이어 45분 커튼콜+앙코르

프로그램 없던 '3부 공연'에 관객 박수갈채

25분 만에 매진…예매 승자 1,600명 관람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지난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 연주를 마친 뒤 관객의 박수에 미소 짓고 있다./사진=롯데콘서트홀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1·2부 총 2시간(휴식시간 20분 포함)의 연주 후 프로그램에 없던 45분의 3부 공연이 펼쳐졌다.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향한 연주자의 ‘팬 서비스’였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내한 리사이틀은 완벽한 본 공연에 11번의 커튼콜, 4번의 앙코르 연주가 더해지며 클래식 팬들에게 꿈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러시아 출신의 키신은 콩쿠르 입상 경력 없이도 독보적인 곡 해석과 연주 실력으로 ‘피아노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아온 연주가다. 두 살 때부터 악보를 보지 않고 피아노를 쳤으며 여섯 살에 영재 특수학교인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해 인생의 유일한 스승인 고( 故) 안나 파블로브나 칸토르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열 살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K .466’을 협연하며 데뷔한 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그는 2006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번 한국 관객을 만났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지난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사진=롯데콘서트홀




3년 만에 열린 이번 공연에서 키신은 바흐와 카를 타우지히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모차르트의 ‘아다지오 b단조’, 베토벤 ‘소나타 제31번 Ab장조’, 쇼팽 ‘마주르카’와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를 연주했다. 바흐부터 쇼팽까지 약 100년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김주영 피아니스트는 “키신은 특정 레퍼토리를 고집하기보다 잘 다루지 않았던 걸작을 새로 연습해서 선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새로운 세계를 꾸준히 훈련해 정면 승부하는 면면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힘과 기교, 섬세함을 두루 갖춘 연주 실력은 녹슬지 않았고, 시간과 부단한 연습이 선물한 원숙함은 한층 짙어졌다. 평론가들은 키신의 연주가 이전보다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은규 평론가는 “여전히 소리의 균형이나 톤이 완벽해 귀에 잘 들어오는 연주였다”며 “여기에 내면적 성찰은 더욱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지난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사진=롯데콘서트홀


코로나19를 뚫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 보답하듯, 키신은 본 공연에 버금가는 앙코르 무대를 선사했다.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 ‘어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여’(부조니 편곡)를 시작으로 모차르트의 론도 1번 d장조, 쇼팽의 스케르초 2번과 왈츠 12번 f단조을 추가로 연주했고, 이 사이 무료 열 번의 커튼콜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나온 그는 한동안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오후 7시 30분 시작한 공연은 10시 11분에 끝났다. 키신은 이전 내한 때도 30회 넘는 커튼콜과 기립 박수,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등으로 화제를 모았기에 관객들도 특별 이벤트(?)를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고의 연주를 펼친 연주자가 네 번이나 피아노 앞에 다시 앉는 열정은 많은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거장’,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키신은 한국에 입국한 후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에 붙어 있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 입국해 코로나 19 음성 결과를 통보받은 20일 바로 공연장을 찾아 피아노를 고른 뒤 이틀 간 7시간씩 연습하며 무대를 준비했다. 신동이 신(神)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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