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AMA)가 진행 중이던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 시상식의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 (Artist Of The Year)의 주인공을 호명하는 순간, 시상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BTS)이었다. 멤버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가수 중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는 기록도 완성했다. 지난 2017년 이 시상식에서 ‘DNA’를 부르며 미국 TV 무대에 데뷔한 지 4년만이었다.
올해 AMA의 주인공은 단연 ‘올해의 아티스트’를 비롯한 3관왕에 오른 BTS였다. 이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이 상 외에도 히트곡인 ‘버터’(Butter)를 통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Favorite Pop Duo or Group)과 '페이보릿 팝송'(Favorite Pop Song) 상도 받았다. 이 중 최고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의 수상은 주류 팝 음악의 중심인 미국 시장이 BTS의 인기를 하나의 현상으로 분명히 인정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BTS가 이 상을 두고 경합한 후보만 해도 아리아나 그란데, 드레이크, 올리비아 로드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등 매우 쟁쟁하다.
AMA는 음악적 성취보다 판매량, 라디오 방송횟수 등 대중적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 시상식으로 분류돼 BTS의 수상 가능성을 바라보는 관측이 나왔다. ‘버터’가 올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10주간 1위에 오른 걸 비롯해 ‘퍼미션 투 댄스’,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작업한 ‘마이 유니버스’도 각각 한 번씩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올해 시상식부터는 후보를 공개한 이후 심사위원단이 일절 개입하지 않고 모바일 앱(App) 틱톡을 통한 팬 투표 100%로 수상자를 뽑음에 따라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버터’의 빌보드 핫100 장기집권도 팬덤의 힘이 컸고, 국내 시상식들의 팬 투표가 팬덤의 규모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듯 미국서도 공고한 팬덤을 보유한 BTS도 수상하기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멤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리더 RM은 “우리가 2017년 이 무대에 처음 오른 이래 긴 여정을 펼쳤지만 누구도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이 상을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온 소년 7명이 음악을 향한 사랑만으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다. 이 모든 건 기적이라 생각하며, 당연하다 여기지 않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국은 “여러분께 음악으로 행복을 드리고 싶었다”며 “이 상은 우리가 열 새로운 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상식 축하무대에서도 BTS가 주인공이었다. 콜드플레이와 함께 ‘마이 유니버스’를 불렀을 뿐 아니라 히트곡인 ‘버터’로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시상식 초반부, 진행자인 여성 힙합 뮤지션 카디 비의 “세계 최고의 밴드가 모였고, 최초로 공연한다. 콜드플레이와 BTS”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한 이들은 ‘마이 유니버스’의 합동 무대를 발매 후 처음으로 선보였다. 노래를 마무리한 후엔 콜드플레이 멤버들과 진하게 포옹도 했다.
시상식의 마지막 순서인 ‘버터’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나란히 버터의 노란색 의상을 입고 나와 무대를 꾸몄다. 이미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이 결정된 후 이를 자축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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