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3인이 3일 ‘홍어준표’라는 말로 특정 지역과 경쟁 후보를 비하한 윤석열 후보와 캠프를 일제히 비판했다. 최종 후보 선출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도 대선 경선은 각 후보들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내며 싸우는 형세다. 여기에 당 지도부도 제3 지대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론하는 목소리에 대해 “거간꾼 행세 말라”며 신경질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야권이 경선 후유증과 단일화라는 큰 벽에 부딪혀 높아지고 있는 정권 교체 여론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희룡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때가 되면 통과의례처럼 와서 호남에 구애를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하기도 했고, 여기 와서 약속한 것이 무색할 정도의 실언과 망언들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그런 불안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밤 윤 후보를 공개 지지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홍준표 후보를 ‘홍어준표’라고 표현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홍어는 전라도를 비하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홍 후는 즉각 “저런 사람이 대학교수랍시고 여태 행세했다니, 참으로 낯 뜨거운 대한민국”이라고 반발했다. 원 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 후보가) 결국 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끌어안고 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꼬리 자르기가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유승민 후보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낡은 구태 정치는 어디서 배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준비가 안 돼 있고 무능하고 주술에 의존하는 후보” “1일 1망언 후보”라며 높은 수위로 윤 후보를 힐난했다.
경선 이틀 전까지 막말에 가까운 비판들을 쏟아내면서 본선 ‘원팀’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낙연 후보 측과 갈등을 느슨하게 봉합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보다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후보와 홍 후보는 외교안보에서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나토(NATO)식 핵 공유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고 부동산과 입시 등 민생 현안에서도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윤 후보와 유 후보는 ‘주술 논란’ ‘항문 침’ 등 낯 뜨거운 말로 싸우기도 했다. 유 후보는 측근이 윤 후보 캠프로 간 데 대해 직접 “서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적인 공약과 사적인 개인감정에서 모두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홍 후보는 정치적 대범함을 위해 손을 잡을지 몰라도 유 후보와 윤 후보는 감정이 이미 생겼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도 꼬여가고 있다.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치열한 경선을 치른 뒤 뽑힌 국민의힘 후보는 경선 후 경선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일부 인사를 지목해 “부화뇌동하고 거간꾼 행세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정치평론가 때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 이후 야권이 원팀이 아닌 재분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 여론이 58.2%(한길리서치)까지 오른 상황인데도 야권이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윤 후보, 홍 후보 가운데 누가 최종 주자가 되느냐에 따라 야권 지형도 달라질 것”이라며 “당 내부 분열과 야권 단일화 난항 등 불안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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