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여성이 이 주제로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2일 연합뉴스는 고소인 A씨가 최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영화감독 B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하며 그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보도엤다.
녹취록에 따르면 고소인 A씨는 지난 7월 감독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그 호텔에서 내 팔을 잡아끌고 침대로 나를 데리고 간 것, 그 성폭행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나는 왜 반대로 기억하고 있나"며 "(호텔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A씨가 들어온 걸로 기억하는 건, 그럼 가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A씨가 먼저 접근했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
A씨가 "이 이야기(성폭행)를 전화로 할 수 없고,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고 하자, B씨는 "지금 이동 중이니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B씨는 "이 성폭력 관련해서는 A씨도 잘 아시지만, 민감하잖아요"라며 "하루아침에 기사가 나오는 순간 나는 박원순이나, 말씀하신 김기덕이나 이런 사람이 되겠죠, 그렇죠"라고 되물었다.
과거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가해자로 지목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고 김기덕 감독의 처지를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A씨 측은 "B씨는 통화에서 간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A씨가 B씨 방에 찾아왔다는 거짓 변명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던 A씨는 2003년 10월께 현지를 찾은 B씨에게 호텔 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간치상 혐의로 서대문서에 지난달 27일 고소장을 냈다. A씨가 뒤늦게 B씨를 고소하게 된 이유는 2018년께 국내 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미투' 운동을 접한 뒤 피해 기억에 시달리면서부터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 올 초 귀국해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하자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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