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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물가 잡기 나선 중앙은행들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코로나19 백신 도입 이후 경제활동 재개, 자산 시장의 버블 논란으로 인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중앙은행 본연의 물가 안정 차원의 대응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 구조적인 저물가 기조 장기화가 우려되는 환경 속에서 이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나타남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선진국은 완화 정도를 축소하고 있고 신흥국은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5%를 웃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부 항목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주요 동인의 비중이 달라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경제 재개방에 따른 수요 측면의 확대 영향은 줄어들고 공급 측면의 병목현상에 따른 비용 상승 여파는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신차 가격, 주거 비용의 상승세도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공급 병목현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갈 수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고 더 높아질 위험이 보인다면 물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시장은 내년 중반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종료와 금리 인상 시작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정책 금리 예측 모델인 페드워치에 반영된 금리 인상 기대는 6월 60%, 9월 80%를 웃돌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물 시장의 기대는 내년 말까지 두 차례(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세도 눈에 띈다. 영국 물가채 10년물에 반영된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4%를 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영국 중앙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 5%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하며 오는 11월 금리 인상을 암시한 점이 그 출발이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흐름은 주요 국가들에 전이돼 유로존의 향후 5년 뒤 5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은 2%를 웃돌았다. 미국의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4%를 상회하고 대표적인 중기 기대인플레이션인 BEI 5년은 3%를 넘어서기도 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중앙은행의 반응인데 시장의 다소 과도한 인식 또는 앞서나간 기대를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상당 수준 지속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앙은행 본연의 물가 안정 차원의 대응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임을 나타낸다. 팬데믹 이후 자산 시장 버블과 금융 불균형 완화, 즉 금융 안정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물가 안정 논거가 강화되고 있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는 더욱 지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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