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우편물을 수취인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으면서 업무용 단말기에 임의로 서명한 집배원들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배송 상황을 감안해 선처를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조정래 부장판사는 사서명 위조와 위조 사서명 행사 혐의로 기소된 A(53)씨와 B(41)씨 등 인천 모 우체국 소속 집배원 2명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7~8일 인천 한 빌라 등지에서 등기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어두고는 휴대용 정보단말기(PDA)에 직접 위조한 수취인 서명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우체국 소속 집배원인 B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단말기에 자신이 마음대로 위조한 서명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우편법 시행령에 따르면 등기 우편물은 수취인이나 동거인 등으로부터 직접 수령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증명자료가 있으면 무인 우편물 보관함이나 잠금장치가 설치된 우편 수취함에 넣어두는 것도 가능하다.
기소된 이들은 재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배송 수칙이 (집배원들에게) 전달됐다"며 "수령인들이 (대리 서명을) 승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판사는 "집배원인 피고인들의 행위는 등기 우편물을 배달할 때 수령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법 규정을 위배했다"며 "이런 행위를 집배원의 정상적인 업무 형태의 하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배송 수칙을 전달받은 상황에서 범행을 했다"며 "개인이나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한 행위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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