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숙제검사를 하다가 학생의 관자놀이를 누르는 등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및 같은 반 학생들의 진술들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옮긴 진술로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초등학교 담임교사이던 A씨는 2019년 3월 수업시간 칠판에 숙제 검사 확인용 자석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며 양 주먹으로 피해 학생의 관자놀이를 누른 혐의를 받았다. 해당 학생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동을 취하면서 부모님에게 보내겠다고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도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의 혐의 중 일부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에서 피해 학생의 어머니의 법정 진술과 같은 반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자료 등이 증거로 채택됐다.
2심에서 판단은 뒤집혔다. 2심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일부 혐의까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2심 재판부는 피해 학생의 어머니의 1심 법정 진술에 자기 자녀, 같은 반 다른 학생, 그 학생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남의 말을 옮기는 '전문 진술'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16조 2항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진술자인 피해아동 등과 같은 반 다른 아동, 그 다른 아동의 어머니가 이러한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대 정황도 1심과 다르게 해석됐다. 관자놀이 누르기는 교실에서 약속된 규칙이었는데 재판부는 A씨 행동에 교육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재판부는 A씨가 휴대전화 촬영으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도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피해 학생은 평소보다 심하게 소란을 피워 A씨는 그것을 제지하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신체적 학대행위와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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