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놓쳤지만 ‘한 방’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습니다.”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부산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 임희정은 ‘화제의 준우승자’다. BMW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린 뒤 최종 라운드에 고진영(26)과 팽팽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연장 끝에 역전패해 눈앞이던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놓쳤지만 72홀 ‘노 보기’의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28~31일) 대회장인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만난 임희정은 “우승을 해도 내용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주는 우승은 못했어도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해온 연습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 진출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기보다는 승수를 보태지 못한 게 좀 아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여자 골프 에이스인 고진영과의 연장전에서 임희정은 두 번째 샷을 무난하게 그린에 올렸다. 하지만 이어 나온 고진영의 샷이 핀 한 발짝 거리에 붙었다. 임희정은 “버디가 어려운 홀이어서 몇 홀 더 연장을 치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고)진영 언니의 샷이 떨어지는 순간 그린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아, 붙었구나. 받아들이자’ 했다”고 돌아봤다.
시즌 1승의 임희정은 그동안 “잘하고 있기는 한데 한 방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지난주 처음으로 72홀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뒤 “우승은 못 했지만 한 방은 보여준 것 같은 기분”이란다.
경쟁력을 확인했지만 LPGA 투어 도전은 ‘아직’이다. “도전할 만하다는 확신은 생겼지만 (내년 Q스쿨 응시 등) 일부러 기회를 좇지는 않을 거예요. 국내에서도 아직 할 일이 많으니 (미국 진출은) 승수를 더 쌓은 뒤에 생각해볼 문제예요.”
지난주 자신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고 제주로 넘어온 임희정은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그 믿음을 시즌 2승이자 통산 5승이라는 결과로 만들어내려 한다. 올 시즌 버디 수 1위(298개)이기도 한 그는 “2019년에 준우승하고 지난해 10위권에 올랐던 코스라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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