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 경제사에 걸출한 경제 거목(巨木)을 여럿 발굴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다. 조 교수는 육사 영어 교관 시절 당시 생도였던 노 전 대통령을 만난 인연으로 지난 1988년 12월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입각했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승인 조 교수를 삼고초려해 부총리로 영입한 것이다. 당시 부총리로서 노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문희갑 경제수석과 함께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조 명예교수는 노태우 정권 말기에 한국은행 총재까지 지냈고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총재를 지냈다.
또 다른 인물은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다. 박 교수는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비판적인 학자였지만 노 전 대통령만큼은 국민이 직접 뽑은 최초 직선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 초대 경제수석이었던 박 교수는 자리를 옮겨 건설교통부 장관도 지냈다. 건교부 장관 때는 1기 신도시 조성지로 경기도 일산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노태우 정권 때 입각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이미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1989년 7월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발탁돼 일했다. 이후 노태우 정권 말까지 2년여간 경제수석을 지내면서 경제 분야에서 막강 실세 역할을 했다. 당시 도입이 추진됐던 금융실명제 전면 보류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을 직접 언급하며 그들을 자신에게 조언을 해준 이들로 소개 했을 정도로 각별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