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40대 남성이 출장 업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4번이나 접종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백신을 4차례나 접종한 것은 이 남성이 처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관계 기관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업 중이던 40대 남성 A씨는 올해 초 국내로 입국할 때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게 14일 격리 의무를 면제해준다는 정보를 듣고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레저사업을 하는 그는 입국 후 11월초 다시 태국으로 출장이 잡혔다. 이에 한국 정부가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요했던 A씨는 미국에서 받은 접종 카드를 보여주며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받은 접종 카드로는 한국 보건당국에서 접종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해외에서 접종 받은 기록으로는 증명서가 발급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11월 출국 일자를 맞추기 위해 지난 9월 27일과 이달 18일 다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미국과 국내를 합치면 코로나 백신을 총 4차례나 맞은 셈이다.
그는 3, 4차 추가 백신 접종을 위해 보건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도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고 허위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독감백신도 안맞고 코로나 백신도 접종할 생각이 없었다는 A씨는 "서류 한장 발급받으려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면서 "질병청에 상황을 설명하자 놀라면서 '위험하다.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평소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한 체질이라서 그런지 백신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1, 2차 접종 때도 아무렇지 않아 3, 4차 접종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접종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보건 당국과 접촉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도 "질병청 관계자가 내 이야기를 듣고 걱정해줘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을 4번 접종한 사람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접종증명서는 국적을 떠나 누구든지 한국에서 백신을 접종했을 때 발급해주며 해외에서 접종한 기록으로는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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