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상승세가 몇달째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미국 대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상품을 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분석기사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왔다.
24일 WSJ에 따르면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버라이즌과 같은 소비재 분야 대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용 상승을 커버하기 위해 내년에도 계속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임금이 오르고 저축이 늘었다. 여기에 외식, 항공, 호텔 등 나들이 관련한 지출이 줄면서 다른 소비재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WS는 짚었다.
이에 질레트는 면도기 가격을, 네슬레는 커피 값을 올릴 계획이고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점 치폴레는 이미 올린 음식값을 향후 몇 달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가격 인상에 대응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마트나 상점의 판매가격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소비자는 “그냥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그대로 구매할 생각"이라고 WSJ에 말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공급망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서 내년 매출과 이익 전망이 밝다고 관측했다.
P&G는 향후 몇 달에 걸쳐 세제, 기저귀 등 주요 상품의 가격을 올리겠다며 3차 인상 계획을 밝혔고, 세계 최대 포장식품 제조업체인 네슬레는 네스프레소 등 가정용 고급 커피 수요 성장을 근거로 2021년 실적 전망를 또 올렸다.
대다수 소비자가 값이 인상된 소비재에 지갑을 기꺼이 열 것이라는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싼 상품을 찾아나서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RBC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닉 모디는 WSJ에 "재난지원금 효과가 일부 사라지고 월세를 제대로 내기 시작하면서 물가는 더욱 큰 문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소비재 지출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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