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사무소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희끼리 백신 접종 다 하면 뭐합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아직 1차도 안 맞은 사람들이 수두룩한데….”(70대 농민 A 씨)
가을 농번기가 본격 시작되는 10월 농촌 지역이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의 낮은 백신 접종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촌은 파종기·수확기 기간 일손 부족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이들이 강제 추방에 대한 우려와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률이 미진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도 예방 접종이 가능하고 관련 정보가 출입국 관서에 통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접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등록 외국인은 약 13만여 명이다. 법무부 추산 국내 미등록 외국인 약 39만여 명 중 33.3%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날 기준 50%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민 백신 접종 완료율에 비해 16%포인트가량 낮다.
농촌가가 특히 코로나19 방역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것은 수확기에 돌입하면서 단기간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등록 외국인이 일손을 찾아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력 사무소 소개로 전국 각지를 돌며 일하기 때문에 감염 확산의 단초가 될 여지도 크다. A 씨는 “원래는 정부 주도하에 단기간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국에서 인력을 들여오고는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입국이 막힌 경우가 많다”면서 “알음알음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예방 접종을 받아도 출국 조치 등과 같은 불이익이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접종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해왔지만 이들은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더구나 백신 접종 안내도 영어나 한글로만 제공되는 탓에 이들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장을 찾아가서 직접 접종하거나 선제 검사하는 ‘찾아가는 서비스’, 미등록 외국인도 만료된 신분 증명 서류를 내거나 사업장 확인만 되면 임시 관리 번호를 부여해 ‘원스톱 백신 접종’이 이뤄지도록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이미 농촌 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집단 감염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의 한 농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3명과 이들을 고용한 내국인 1명이 확진됐다. 지난달 초 충북 제천에서도 잣을 채취하는 일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중국인 근로자들 3명이 나란히 감염됐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시설 입소 시 동의를 받아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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