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기를 얻은 ‘환승연애’가 막을 내린다. ‘환승’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출연자들에게는 여전히 X(전 애인)의 존재감이 크다. 최종 선택의 관건도 ‘누굴 선택할지’가 아닌 ‘X에게 돌아갈지 말지’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는 각자의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헤어진 연인과 한집에서 생활한다는 설정이 자극적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헤어진 연인을 통해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더 나은 연애를 하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색다른 설정에 시청자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여 당초 12회로 기획됐던 프로그램은 15회로 연장됐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간다는 기획 의도와는 달리, 최종 선택만을 앞둔 상황에서도 출연자들의 마음은 X를 향해 기울었다. 보현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출연한 호민은 다시 보현에게 직진하기 시작했고, 민재와 좋은 친구로 남기로 한 코코는 그와의 데이트 후 다시 설렘을 느꼈다. 최종 선택의 관전 포인트인 호민·보현·민재와 주휘·민영·정권의 삼각관계 역시 X에게 돌아갈지 말지가 관건이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민재에게 호감을 느끼던 보현은 호민의 진심이 담긴 편지에 눈물을 보였고, 주휘와의 재결합이 거의 확정된 것 같았던 민영은 꾸준히 애정을 표현하는 정권 때문에 갈등 중이다.
각자의 마음이 깊어질수록 설렘보다 혼란이 커졌다. 방송 초반에는 서로의 X가 누구일지 예측해보는 긴장감과 새로운 만남이 주는 설렘이 감돌았던 것과 달리, 최종 선택이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출연자들이 눈물을 보이는 일도 잦았다. 민영은 자신을 선택해준 정권에게 미안해서, 혜임은 민영과 주휘의 관계를 방해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X와의 데이트 후 이어진 진실게임은 이들을 더 힘들게 했다. 지나간 사랑과 새로운 사랑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보현은 “순식간에 마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뀐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 특성 상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잡한 감정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정은 호감, 비호감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애정인지 정인지 모르겠다”는 보현의 말처럼 X를 향한 출연자들의 마음은 미련인지, 사랑인지, 미움인지 알 수 없어 더 헷갈렸다.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깔끔하게 잊은 줄 알았던 X에게 다시 설렘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마음이 남아있는 줄 알았던 X가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걸 알게 됐다. 연애 중인 연인들의 갈등을 보여준 ‘체인지데이즈’와 달리 오래전 헤어진 연인과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헤어진 연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자며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모습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나올 수 없었던 장면이다.
‘환승연애’는 뒤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감정을 충분히 설명해줬다. 첫 회에서 1시간 30분이었던 방송 분량은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기더니 11, 13회에서는 무려 2시간 40분 동안 시청자들을 만났다. 긴 분량을 출연자들 간의 대화와 각자의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인터뷰로 꽉 채워 감정선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어느새 출연자들에게 완전히 몰입한 패널들의 멘트도 공감을 끌어냈다. 14회 엔딩을 장식한 호민과 보현의 대화를 보며 김예원은 “보현 씨가 우는 이유는 ‘지금 왜 이 편지를 받고 내 마음이 흔들리나’일 것”이라고 설명했고, 반대로 호민에게 이입한 쌈디는 “나도 저렇게 잡아본 적이 있고, 처절하게 매달려본 적도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환승연애’ 최종회는 VOD 공개에 앞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먼저 공개된다. 프로그램에 몰입한 시청자들이 다같이 채팅을 나누며 볼 수 있는 기회다. 마지막까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남다른 선택을 한 ‘환승연애’는 기존 연애 리얼리티에서 볼 수 없었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훌륭한 성적을 얻었다. 앞서 종영한 ‘체인지데이즈’와 ‘돌싱글즈’가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한 가운데 ‘환승연애’도 시즌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될지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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