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 뒤 신생아의 머리에 칼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한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기 머리가 메스에 베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3일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출산했다고 밝힌 A씨는 아기가 나오자마자 얼굴을 보기 위해 하반신 마취만 진행했다. A씨는 "딸은 오전 9시31분에 태지도 거의 없어 목욕한 아이처럼 너무 뽀송하게 나왔다"면서 "아기를 감싸고 있는 속싸개 쪽에 피가 묻어 있어 간단한 세안과 처치 후 아기는 아빠 얼굴을 보러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임신 초기에 진단받은 자궁 근종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머물렀다. 그는 "근종 제거와 후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몸이 많이 흔들리고 당기니 언제든 수면마취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꾹 참았다"면서 "수술 종료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마취과 선생님은 수면마취제를 들고 와 재워준다고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거라며 나를 재웠다"고 했다.
마취가 깬 A씨를 기다리는건 “아기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병원은 제왕절개 과정에서 아기의 오른쪽 머리를 메스로 같이 그어 봉합해야 하고, 감염 우려가 있어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나도 아기를 봤고, 신랑도 아기와 인사를 했는데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수술 종료 직후에야 의사가 신랑한테 이야기했다더라"면서 황당해 했다. 수면마취도 마취과 의사의 권유였는데 신랑은 내가 요청한 줄 알더라"고 호소했다.
담당 주치의는 "자궁 근종의 영향으로 아기 머리가 자궁벽에 붙어 있어 실수로 일어난 사고고, 출혈이 있어 시야 확보가 안 됐다"며 본인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병원 측은 본원 발생 비용과 아기가 간 세브란스 병원 비용만 지불한 상태로 그 외엔 아무런 연락도, 대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후속 처치가 늦어졌음에도 응급차가 아닌 사제 승합차를 타고 갔다더라. 무책임한 대처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아기 머리를 볼 때마다 이 병원을 선택하고 제왕절개를 선택한 저 자신이 너무 죄스럽다. 출산 후 몸조리는커녕 매일 잠도 못 자고 울고만 있다”면서 조언을 부탁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무책임한 병원의 대처를 비판하는 한편, 피해를 본 A씨 부부와 아기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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