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 이현주, 한고은, 박다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015년 이후의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페미니즘이라는 열풍은 한국 사회 곳곳을 훑으며 많은 것을 없애고 바꾸고 만들어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여성 이슈를 줄기차게 좇아 온 네 명의 기자가 의기투합해 지난 5년간 페미니즘이 지나간 자리를 추적했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소속 매체도, 나이도, 관심 분야도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 이슈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다는 점만큼은 공통적인 네 기자는 각각 한 가지 주제를 맡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네 기자가 택한 주제는 탈코르셋, 디지털 성범죄, 여성 노동 및 임금 문제, 차별금지법 등이다. 모두 지난 5년여간 부각된 페미니즘 관련 이슈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만한 주제들이다. 기자들은 각 이슈들을 대표하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취재하면서 그 사건이 일어난 과정, 파장, 결과와 변화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새로운 판례가 생기고, 대안 상품이 출현하고, 익숙한 개념이 바뀌고, 범죄에 대한 양형 규정이 달라지는 등 다이내믹한 과정들이 일목요연하게 전개되어 있어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이 지나온 발자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자들의 취재 수첩에서 출발한 책답게 치밀한 ‘팩트 체크’가 신뢰를 더한다.
페미니즘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페미니즘 리포트’에 담긴 변화 중에는 의미 있는 성취도 있지만 여전히 미완인 과제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종 보고서보다 중간 보고서에 가깝다. 네 기자 저자는 단지 그간의 사건들을 점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남은 과제와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 제안하고 있다. 숨 가쁘게 지나온 5년여의 시간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앞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바람이 어디로 향하도록 해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하기에 좋은 책이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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