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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띤 음성으로 상담’…황당한 공공기관 콜센터 지침

3개 기관 콜센터노조 실태 고발

평가에 ‘미소 음성’ 넣었다 삭제

건수로 실적…3분 내 통화 압박

확진자 발생해도 비정규직 차별

경기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미소가 가미된 음성으로 응대하기 바람.'

한 서울시 산하기관 콜센터가 전화 상담사에게 황당한 지침으로 평가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직원들은 이같은 부당한 업무 지침이 다른 콜센터에도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이 14일 발표한 콜센터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는 올해 1월까지 ‘첫인사 평가’에서 음성호감도 기준을 적용해왔다.



센터 내 평가팀장이 판단하는 음성호감도의 세부평가를 보면 ‘미소를 가미한 음율 있는 음성’ ‘미소가 가미된 음성’ ‘미소가 부족한 음성’이 기재됐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인데다 미소와 음성이 맞지 않는다는 상담사들의 불만과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측은 이 지침을 유지하다가 작년 말 노조가 설립되고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음성호감도 항목을 삭제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평가 점수로 임금 수준 등 성과가 결정됐었다”며 “평가자의 정성평가를 배제하고 정확성 항목 배점을 높이는 식으로 규정을 고쳤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는 한 통화당 3분을 지키라는 암묵적인 규정이 있다. 통화시간을 줄이기 위해 통화건수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성과 책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친절한 통화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센터 노조 관계자는 “전화상담 특성 상 질문으로 본인확인을 하고 질의 파악을 하는데만 2분 정도 걸린다”며 “고객에게 도움이 되도록 상담을 길게 할수록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보험공단 특성 상 중증환자, 치매 환자의 가족 전화를 받을 때마다 상담사 역할에 대해 괴리를 느끼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치매를 앓는 가족의 사연을 들으면 눈물까지 나지만, 3분 이내로 통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통화할 때마다 고객을 위해야 하는지, 내 임금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의 열악함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 6개월가량 숙련기간이 필요한 탓에 신규 인력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기존 직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대부분 비정규직인 탓에 임금수준을 비롯해 출퇴근, 휴식, 휴가 등 복지여건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일부 콜센터는 팀 단위로 성과를 매기면서 팀원 결근 시 전체 임금을 삭감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콜센터가 집단감염 취약지대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주택도시공사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최근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공사에서 아무런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며 “공사는 콜센터는 공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지침보다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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