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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와 무슨 일이…수사 시작부터 검찰 송치까지

지난 4월 '사기 혐의 구속' 김씨 진술로 수사 시작

현직 검사, 정계, 언론인 등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송치

피의자 모두에 청탁금지법 적용…대가성은 못 밝혀내

검찰 추가 수사 진행 여부 관심…김무성 전 의원 의혹 조사도

수산업자를 사칭한 116억대 사기범 김모(43)씨가 재력을 과시하며 SNS에 올린 사진/연합뉴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수산업자 전방위 금품 살포 사건'이 5개월간의 수사 끝에 사실상 일단락 됐습니다. 일명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고가의 수산물, 골프채, 대학원 등록금, 풀빌라 접대 등을 받은 현직 부장검사와 언론인 등 7명이 청탁 금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송치된 것입니다. 송치 대상자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방현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 TV조선 엄성섭 앵커·정모 기자 등 7명입니다. 오늘은 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경찰 청사 전경/서울경제DB


◇110억원대 사기범이 공개한 ‘선물 리스트’…검·경·언론까지 번져

우선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수산업자를 사칭해 110억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지난 4월 경찰 조사에서 돌연 “현직 부장검사와 언론인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조사 시작 당시만 해도 단순 ‘사기범’이었지만, 그가 검찰 송치 직전 돌연 수사기관 간부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조사 결과 현직 검사와 경찰서장, 언론인 2명이 입건됐고 김씨의 ‘선물 제공 명단’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명단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박 특검팀 수사지원단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김무성·이훈평·정봉주 전 의원, 국민의힘 주호영·김병욱 의원 등 법조·정치계 유력인물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일부 연예인도 연루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검·경과 언론은 물론 정치계까지 엮인 초대형 ‘로비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영수 전 특검/연합뉴스


김씨는 선물을 보내고 구축한 인맥을 과시하며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는 1,000억원의 유산을 상속받은 재력가로 자신을 포장했습니다.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 척과 풀빌라를 두고 선박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 사업을 하는 사업가 행세를 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있지도 않은 선박, 하지도 않은 사업으로 사람들을 속여 투자자를 모으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의 말 한마디가 검찰·경찰·언론계를 비롯해 정치권까지 긴장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입 닫은 김씨…금품 수수 의혹 현직 검사는 휴대전화 바꿔



그런데 문제는 김씨가 검찰로 구속 송치된 이후부터 돌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김씨를 조사석에 앉히기 위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등 '옥중 체포'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김씨가 '왜' 선물 공세를 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김씨가 최초 왜 진술했는지, 이후 왜 진술을 안 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압수물 등 분석을 토대로 피의자와 금품 수수 내역 등을 특정한 뒤 소환 조사를 진행했지만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일부 확인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김씨가 왜 선물 공세를 했는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가성 여부에 따라 사건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금품을 받았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뇌물 혐의가 적용됩니다. 현재까지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입건 피의자 모두 청탁금지법이 적용됐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공직자 및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의 금품 수수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인일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규정해 대부분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로 벌이 무겁습니다.

대가성을 입증할 '스모킹 건'으로 불린 이방현 부부장검사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 부부장검사는 김씨가 체포되자 얼마 후 휴대전화를 바꿨습니다. 이후 경찰은 이 부부장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휴대전화도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 또한 초기화가 돼 있었습니다. 수사에 대비해 휴대폰 전화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속에 이 부부장 검사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찰은 이 부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형법상 본인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사건 남은 과제는

이제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검찰에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김무성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차량을 무상 렌트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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