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승패를 좌우할 1차 슈퍼위크 선거인단 투표가 시작된 이날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친 뒤 호남 경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충청권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대패한 뒤 일각에서 경선 중도 포기설까지 제기됐지만 ‘반전 카드’로 반격의 모멘텀을 삼겠다는 의지다. 다만 정기국회 상황에서 사퇴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호남권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제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이어 “5·18 영령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것도 민주주의의 가치였다”며 “우리는 5·18 영령 앞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희생하고 헌신했던 선배 당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곧바로 사퇴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경선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호남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사실상 경선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호남에서 선언한 것도 그런 판단과 관련이 있다. 사즉생 생즉사의 결단으로 고민 끝에 의원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자 이 전 대표의 고향인 만큼 호남에서의 승리를 위해 경선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도 호남 구애 차원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28.19%로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이 지사가 54.72%를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밀렸다. 당초 접전을 예상했던 이 전 대표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전격 사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네거티브는 못하게 됐으니 결의라도 보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사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전의 발판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경쟁자인 이 지사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하고 있으니 차별화 의지로 읽히지만 궁여지책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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