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KARMA) 갤러리는 뉴욕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젊은 갤러리다. 2016년 아트 딜러인 브랜든 더간 (Brendan Dugan)에 의해 설립된 이래로 꾸준히 번창하고 있다. 카르마갤러리는 블루칩 아티스트인 매튜 왕(Matthew Wong)나 니콜라스 파티 (Nicolas Party)와 같은 전속 작가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술 경매에서 거듭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매튜 왕은 2019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 카르마 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작가가 사망했음에도 카르마 갤러리는 매튜 왕의 개인전을 진행했고, 요절 화가의 마지막 작품들이 공개됐다.
현재 카르마 갤러리에서는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더 딜럭스 쇼(The De Luxe Show)’라는 제목의 1960~70년대 추상 표현주의 전시인데, 원래 이 전시는 1971년 휴스턴에 있는 딜럭스(DeLUXE) 극장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백인 예술가 중심이던 미술계의 관행을 깨고 전시에는 18명의 흑인과 백인 아티스트들이 참가했기에 최초의 다인종 전시 중 하나로 기록됐다. 전시에는 케네스 놀란드 (Kenneth Noland), 샘 길리엄 (Sam Gilliam), 에드 클라크 (Ed Clark), 알 러빙 (Al Loving) 등 유명한 추상 표현주의 작가들이 포함됐다.
50년이 지나 뉴욕의 카르마 갤러리와 LA의 파커 갤러리가 공동으로 역사적 전시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 이 그룹전의 기획자 피터 브래들리의 이력도 흥미롭다. 그는 1970년대 중반까지는 펄스갤러리에서 아트 딜러였다. 그 유명한 마크 로스코가 브래들리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 갤러리에 자주 들를 정도로 명성 높은 인물이었다. 기획자 브래들리와 주최자 카르마 갤러리는 ‘딜럭스 쇼’가 열린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한 인종 간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카르마 갤러리의 메인 전시장에 들어서면 육각형 캔버스로 이뤄진 알 러빙의 작품이 이목을 끈다. 흑인계 추상 표현주의 화가인 그는 복잡한 색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로 유명하다. 각각의 모서리와 면에 모두 다른 색을 칠한 섬세한 구성을 보는 게 흥미롭다. 그가 왜 ‘다양한’ 도형을 통해 색을 실험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샘 길리엄의 초기 작품도 걸려있다. 길리엄은 흑인 역사상 최초의 추상 표현주의 작가로 여겨지는 아티스트들 중 한 명이다. 기존의 캔버스 형태와 회화 방식을 거부한 독자적 추상표현주의로 당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서브 전시장에서는 에드 클라크의 보기 드문 드로잉, 케네스 놀란드의 색면회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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