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선거관리위원회가 1일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가면서 대선 주자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선두권 주자 중 윤석열·최재형 대선 예비 후보는 찬성 측,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반대 측으로 갈라져 격돌하는 모양새다. 선관위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초 결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선관위는 이날 국회에 각 후보 측 대리인을 불러 역선택 방지와 관련한 찬성·반대 의견을 차례로 청취했다.
찬성 차례에는 윤석열·최재형·황교안 등 세 후보의 대리인이 출석했다. 반대 차례에는 박진·박찬주·안상수·유승민·장기표·장성민·하태경·홍준표 등 여덟 후보의 대리인이 나섰다. 원희룡 후보 측은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으로 불참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역선택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 경쟁력이 약한 국민의힘 후보를 국민의힘 경선 투표에서 전략적으로 찍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윤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대해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윤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만 거듭 밝혀왔다. 이에 최 후보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유·홍 후보가 이에 반박하는 모양새였다. 유·홍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열린민주당 지지자들과 호남 지역 응답자로부터 윤·최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 캠프의 장제원 총괄실장은 선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캠프의 공식 입장을 오늘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은) 다양한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상황”이라며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한다는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 측도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 후보 캠프의 박대출 전략총괄본부장은 “역선택을 막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길”이라며 “‘대깨문’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홍 후보는 선관위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검토 자체에 날을 세웠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대선에서는 한 번도 도입하지 않던 상식에 어긋나는 반쪽 국민 여론조사 도입 시도는 이제 그만두라”며 “모처럼 불붙은 야당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특정 후보 편들기 시도는 경선 파탄을 불러오고 이적 행위로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후보 측은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유 후보 캠프의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은 “(역선택 방지 도입은) 결국 판을 깨자는 것이다. 특정 캠프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면 어떤 뛰는 선수가 그것을 인정하겠느냐”며 “경선은 파행으로 가고 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와 관련해 정해진 방향이 있다거나 특정 후보의 편을 들어준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확정된 안이 있다거나 이런저런 방향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열심히 객관적인 안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험한 말을 하는 것은 품위가 손상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유 후보는 “정 위원장은 ‘오직 윤 후보만을 위한 경선 룰’을 만들려고 한다”고, 홍 후보는 “심판의 독선은 심판 회피 사유도 되고 경질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선관위는 2일 여론조사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3일 내부 논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이르면 다음 주 초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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