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소환하며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1일 '영아 강간·살해범을 사형시키겠다'고 발언한 홍 의원을 두테르테 대통령에 빗대자,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두테르테인 문재인 대통령의 하수인이었다고 반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뒤 '홍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 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흉악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우리 법 제도 자체가 그렇게 되도록 설계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흉악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그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해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4,000명 가까운 마약 용의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는 즉결처형식 대책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SNS에서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를 지시하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특수4부까지 동원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명을 구속했다"며 "5명을 자살케 한 분"이라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어 "확정된 흉악범 사형수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을 거론하며 "수사가 완료되면 본인이 검찰총장 시절에 윤우진을 감쌌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그것을 대비하는 게 최우선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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