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기후변화·코로나 부정하는 우파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대홍수·폭염·산불이어 코로나까지

지구가 보내는 경고 무시하는 美우파

바이든 백신접종 치적 막는데 혈안

현실 외면 우파 추락은 이미 진행중

폴 크루그먼




우파는 코로나19 부정에 앞서 기후변화도 부정했다. 기후변화 논의 과정에서 우파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과학자들의 주장을 진보주의자들이 꾸며낸 거대한 음모의 일부로 간주했으며 위기관리에 소홀했다. 이 같은 특징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엿보게 한 대목이었다.

최근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경고로 가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평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보고서의 결론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터이지만 과학자들이 소개한 지역별 사례와 전망은 우리 모두의 두려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주된 피해는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폭염과 유럽의 대홍수 등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해를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극단적인 기상 재난은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감하고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파국적 재앙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수 진영 지도자들이 IPCC의 이번 보고서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IPCC 보고서를 과학자들조차 반신반의하는 허구로 규정하거나 기후변화 완화 노력은 필연적으로 경제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과거의 여러 위기들 혹은 코로나19에 반응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기후변화 보고서를 대한다. 좋은 예가 있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바이러스 통제 조치에 여전히 반대한다. 디샌티스와 애벗은 개인적 차원에서 바이러스 대응에 반대할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민간 업체들의 백신 접종 시도까지 차단하려 한다.

보수 진영의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 사이에 중요한 유사점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중대한 차이도 존재한다. 팬데믹에 대한 부정은 파괴적인 비합리성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은 편협성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첫째 이유는 기후변화에 관한 숱한 경고가 장기적인 결과를 가리킨다는 사실이다. 부정론자들은 단기 기후 변동을 들어 반박한다. “오늘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웬 말이냐”는 식이다. 이런 식의 사실 회피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형 산불과 대홍수가 수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는 현실적 상황 때문에 이전에 비해 궁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혼란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다.

기후변화 부정의 배경에는 특수 기업의 이익이 존재한다. 화석연료 산업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책을 연기하는 것이 그들의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뿌려가며 ‘의심의 안개’를 만든다.



자유 시장 주창자들이 자유 시장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러나 이런 설명 중 지금 상황에 들어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플로리다주의 코로나19 환자 입원율이 지난 6월 중순 이후 일곱 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먼 미래의 일로 일축할 수 없다.

정상적인 영업 재개에 도움을 주는 백신 접종을 극대화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접종을 의무화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골수 자유의지론자들 역시 전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백신 장려를 공공 부문의 타당한 역할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위험이 적고 이익은 많은 백신을 통해 치명적인 팬데믹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당파적 이슈가 돼버린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지난봄까지만 해도 미국은 신속한 접종으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조 바이든의 성공이다. 보수 진영 지도자들은 그들의 최대 목표인 진보 진영 발목 잡기에 나섰고 결국 백신 프로그램의 진척을 막는 방해 공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요즘의 공화당은 정당이라기보다 개인을 숭배하는 권위주의적인 정치 집단이다. 백신 접종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과 관리들의 반대는 자신이 트럼프주의자임을 보여주는 일종의 충성 테스트다.

이런 정치인들은 플로리다주의 코로나19 환자 입원율이 뉴욕의 아홉 배에 달하고 텍사스주의 중환자 병실이 모두 차버린 심각한 현실을 아예 외면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 만약 디샌티스가 코로나 대응 실수에 따른 치명적 결과를 인정한다면 그의 정치적 야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코로나에 대한 부정은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보다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 부정은 일부 기업의 비위를 맞추려는 냉소적 태도이지만 코로나 부정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수반하는 공격적 반합리성이다. 기후변화 부정에서 코로나 부정으로 옮겨가면서 우파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