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릴 예정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만나는 여야정 협의체가 일단 잠정 연기됐다. 이날 회동 불발은 이 대표 측이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들과 연일 부딪히며 집안싸움을 하는 이 대표를 향해 대여투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후폭풍만 커질 수 있다. 부담감을 느낀 이 대표가 여야정 협의체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께 예정인 文·宋·李 회동 ‘스톱'
李, 文 만나 “부동산 꺼내겠다” 했는데
與 “野 정신 없어서인지 답장 안 와”
李, 文 만나 “부동산 꺼내겠다” 했는데
與 “野 정신 없어서인지 답장 안 와”
여권 관계자는 이날 여야정 협의체 개최와 관련해 본지에 “오늘 여야정 협의체는 없다”며 “국민의힘이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답장이 안 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송 대표와 이 대표가 첫 상견례에서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 개최는 일단 연기됐다. 이번 여야정 협의체는 이 대표와 문 대통령이 처음 독대하는 자리로 영수회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이 대표(36)가 최연소 야당 당수로 선출되자 정치권에서는 소위 ‘아버지뻘’인 문 대통령(68)과의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1985년생인 이 대표는 1982년생인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39)씨에 비해 세 살 어리다. 이 대표가 평소처럼 백팩을 메고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대표 역시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기대하고 있었다. 취임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만나면 꺼낼 화두는 부동산이다. 민주당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민주당이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이 대표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 사정 등으로 회동이 언제 열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석 측 “여당과 의제 조율 못 해”
“李 대여투쟁보다 내부와 싸움만 해”
김종인 “당 대표가 사소한 일에 관심”
“李 대여투쟁보다 내부와 싸움만 해”
김종인 “당 대표가 사소한 일에 관심”
이 대표 측은 회동 연기에 대해 “여당과 의제를 조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근 당내 분란과 같은 사안이 원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동 일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번 주는 힘들다. 다음 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당내 상황을 우려해 회동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예비후보가 이른바 ‘기습 입당’한 뒤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임시조직인 경선준비위원회를 통해 대선 후보 등록 전에 토론회를 개최하려다 당 최고위원들과 일부 대선 캠프와 큰 마찰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후보와 ‘윤석열 정리’ 발언을 담은 녹취를 두고 날 선 말들을 주고받으며 싸우고 있다.
더 큰 악재는 이 와중에 이 대표가 대여투쟁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까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가 대여 투쟁은 소홀한 채 내부의 적과 싸운다”는 비판 발언을 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이후 코로나19 4차 대유행, 백신 공급 차질과 같은 민생문제와 간첩단 사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등을 두고 투쟁하기보다는 당내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당내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사과를 요구하는 등 활발하게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도 당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대표와 연일 싸우고 있는 원 후보는 이에 대해 “대여 투쟁에 앞장서라고 조언했더니 이 대표가 ‘내 역할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답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임 대표급 인사들도 이 대표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혁신을 뒤로 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사소한 일에 크게 관심을 가져서는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내년 대선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까 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조언했다.
김종인 “영수회담 결론 없이 안 해”
김기현 “사진찍기 쇼는 용납 안 돼”
李 ‘대여투쟁’ 실력 시험대에 올라
김기현 “사진찍기 쇼는 용납 안 돼”
李 ‘대여투쟁’ 실력 시험대에 올라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회동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부담감에 만남을 미뤘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대통령과 민주당, 우리 당의 대표가 만나 쇼하는 사진 한 장 찍는 모습으로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경고였지만 의원들의 불만이 우회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과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몇 마디 나누고 헤어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끝내 영수회담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영수회담에 대해 “결론이 있어야 만남이 의미가 있다”며 성과를 강조한 바도 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송 대표와의 회동자리에서 당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합의를 할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지난달 이 대표가 송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뒤 원내지도부가 나서 번복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과의 회동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기 말 정권과 영수회담을 해봐야 얻어올 것이 적다”며 “회담에 참여하면 이미지만 소모되고 오히려 당내에서 더 곤란해질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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