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지 마비 증상을 보인 40대 간호조무사가 산업재해를 인정 받았다. 코로나19는 물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로도 백신 접종 후유증의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산재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신 접종 후유증을 호소한 다른 의료진도 산재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재 판정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감염내과·작업환경의학과·법률 분야 등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회의를 열고 백신을 맞고 사지 마비 증상을 보인 간호조무사 A 씨의 산재 신청을 인정했다고 6일 밝혔다. 산재 인정을 받은 A 씨는 요양급여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A 씨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사물이 겹쳐 보이는 ‘양안복시’와 사지 마비 증상을 보였고,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A 씨가 백신 접종 후 사지 마비 증상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A 씨의 남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내가 우선접종 대상자라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치료비를 지원 받기 위해 4월 산재 신청을 했고, 3개월 만에 산재로 인정 받게 됐다.
공단은 A 씨와 같은 간호조무사는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 해당하는 만큼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접종이 업무시간으로 인정된 점과 접종하지 않을 경우 업무 수행이 어려운 점 등을 따져볼 때 업무와 관련된 접종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A 씨가 백신 이상 반응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이나 유전질환이 없었던 점도 인정 근거다. 앞서 산재 여부를 논의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선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의학적 인과성이 명백히 규명되지 않더라도 여러 정황으로 보아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질병판정위의 결론이다.
A 씨가 산재 인정을 받으면서 향후 의료진 등 우선접종 대상자의 백신 후유증에 대한 산재 인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공단에 따르면 현재 백신 후유증에 의한 산재 신청자는 6명이다. 이들은 A 씨와 같은 간호조무사나 요양사 등으로 모두 AZ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신청자마다 상황이 달라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전보다 판정이 빨라질 수 있다”며 “신청자 6명에 대한 산재 여부가 올해 안에 결론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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