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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벤앤제리스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였던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는 1978년 오래된 주유소를 개조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렸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제공한 통신 강의로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배워 창업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파리만 날리다 2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공 색소 등 유해 성분을 넣지 않은 친환경 아이스크림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또 초콜릿 시럽을 배합하거나 견과류를 넣는 등 다양한 메뉴로 사람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라는 타이틀로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벤앤제리스(Ben&Jerry’s)’ 얘기다.





창업자들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 긍정적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1988년 ‘비즈니스의 힘을 이용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를 1호 강령으로 정한 이유다. 많은 어린이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핵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에 항의하며 1988년 출시한 ‘평화 아이스크림’이 ‘행동주의 아이스크림’의 신호탄이 됐다. 사법형사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저스티스 리믹스드(Justice ReMix’d)’나 북극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석유 시추 허용을 반대하는 ‘베이크드 알래스카(Baked Alaska)’ 등 도발적인 이름의 제품들이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2000년 영국계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인수했지만 창업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었다. 현재 미국 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차지한다.

벤앤제리스가 최근 이스라엘 분쟁 지역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이스라엘 전역에서 불매 운동이 불붙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중국 신장 위구르족의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중국인의 불매 운동으로 피해를 입은 H&M의 사례와 겹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치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기업의 정치적 행보가 갈등의 불씨를 낳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장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 자유시장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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