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병 청해부대 34진 301명 중 코로나19 최종 확진자 수가 247명에 이르면서 어떻게 첫 확진자 발생 후 일주일도 안 된 짧은 기간 내에 이처럼 급속도로 대량 집단감염이 이뤄졌는지를 놓고 방역 당국과 군 당국이 구체적인 원인 파악에 나섰다. 정부가 34진 부대원의 국내 긴급 후송을 위해 지난 18일 공중급유기 2대에 태워 현지로 출발시킨 200여 명의 특임대에 역학조사관 1명을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도 아닌 해외 현지에서 감염 경로를 추적해야 하는 만큼 1명의 역학조사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역학조사의 초점은 최초로 코로나19에 감염된 ‘0번 환자’를 찾고 이후 어떻게 부대원들에게 전파됐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문제는 ‘0번 환자’ 찾기가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첫 감염 경로는 6월 말 문무대왕함이 기항해 실시한 보급 물자 하역 작업이다. 당시 작업을 하면서 외부 감염원과 접촉했을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실제로 해당 작업에 관계됐던 34진 간부 1명은 폐렴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 입원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와 접촉했던 부대원 중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부대원 6명에 대해서도 줄줄이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당시 물자 보급 작업에 대해 복수의 군 당국자는 최고 등급의 방역 지침을 적용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하역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한 군 관계자는 “당시 물자 하역은 대부분 사람이 아닌 크레인을 통한 기계 작업으로 이뤄졌고 부득이 하게 일부 승조원이 함정 밖으로 나갔지만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인원을 소수로 했으며 그들 모두 전신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방역 단계 최고 수준인 ‘레벨 D’를 적용한 것인데 만약 해당 작업자들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면 어떻게 전신 방호복을 뚫고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전했다.
함 내에서 ‘n차 감염’이 어떻게 급속히 이뤄졌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34진 부대는 13일 최초로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확진자와 유증상자들을 인근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함 내 일정 구역에 격리해 관리했다. 그러나 격리 구역을 지정해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동선을 분리하더라도 공기 중으로 함 내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당국자들은 전했다. 문무대왕함은 적이 생화학 공격이나 핵 공격을 감행해도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병원균·방사선 등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완전한 밀폐 격벽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반면 내부 공간은 환기구로 이어져 있어 해당 통풍 공간을 통해 바이러스가 실내 대기 중으로 전파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외부로부터 완벽히 밀폐 차단된 구축함 내는 도리어 바이러스가 급격히 전파되는 ‘인큐베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 다만 문무대왕함 내 환기 시스템에 필터가 장착돼 정상 작동했다면 통풍구를 통한 대기 중 감염은 불가능하다고 한 예비역 해군 장교는 전했다.
한편 급파된 특임대 중 13명의 의료 인력이 거의 25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를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3명의 의무 인력은 의무사령부와 협의했을 때 충분한 수준의 규모라고 판단됐다”며 “현지 확진자를 화상 진료를 통해 국내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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