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별세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지를 받았다. 최 예비역 대령이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를 지지하는 유지를 남기면서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전 원장이 본격 정치에 나서면 야권의 세력 집결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선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의식이 있으실 때 글씨로 남겨주신 말씀은 ‘대한민국을 밝혀라’였다”고 전했다. 그는 “‘소신껏 하라’는 게 아버지께서 제게 남겨주신 마지막 육성”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이 같은 부친의 유언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 예비역 대령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보낸 조기가 줄을 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조화도 늘어섰다.
야권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당 밖 주자들의 영입을 담당하는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은 빈소가 차려진 뒤 곧바로 이곳을 찾았다. 권 위원장은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입당이) 당에도 좋지만 최 전 원장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형식으로 입당을 진행할지 긴밀하게 얘기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빈소를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존경받는 감사원장이었다”며 “작고하신 어른은 6·25 때 나라를 지킨,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 대표는 “감사원장을 지내셨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기에 애경사에 참석하는 건 당연하다”며 “감사원장께서 고인이 마지막까지 군인으로서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친이 최 전 원장에게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지를 남겨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 결심에 힘을 더해줬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부친이 정치 참여를 우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좀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말씀도 하시고 그랬었다”며 부친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 전 원장이 서둘러 입당해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원장이 이 무도한 문재인 정권의 폭정 종식에 동참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우리와 함께하면 처음 정치를 시작하는 최 전 원장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도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의 대권을 지지하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준비가 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입당하는 것이 이롭지 않겠냐”며 “입당하면 당 상임고문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 대권 주자들을 두고 야권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서 각 주자별 지지 세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전 총장과 달리 당내에서 반감을 가진 사람이 없는 주자”라며 “최 전 원장이 입당하면 세 결집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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